2019년 2월,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은 항공사의 합격 통지서와 함께 찾아왔다. 31세에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는 약 7년간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일상이었지만, 좋은 동료들과 컨설턴트로서의 자부심이 그 힘든 시간을 채워주었다. 그러나 회사의 지향점이 바뀌면서, 나의 정체성에도 혼란이 생겼다. 컨설팅에서 수주 사업으로 전환된 그 순간, 나에게 이직의 필요성이 명확해졌다.
어렵게 결정한 이직 준비 과정에서, 운 좋게도 항공사의 경력 공채에 합격했다. 연봉 수준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입사 축하와 가족 선물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디테일에 감동받았다. 무엇보다 자주 떠날 수 있는 여행과 칼퇴근의 기대감에 부풀었다. 주위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이 나를 더욱 우쭐하게 만들었다.
입사 후 첫해, 팀장의 비위를 맞추는 일 외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일의 범위가 늘어나고 내 강점을 살릴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직속 팀장보다 윗분들의 인정을 받으며 더 큰 기회가 곧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득 찼다. 마침 서울 전셋집 기한도 다가오자, 이상적인 직장생활에 직주 근접의 이점을 더해 평생직장이라는 꿈을 안고 집을 옮기는 결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모든 것이 단절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비행기는 더 이상 하늘을 날지 못했고, 회사에는 할 일이 없어 남아도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지원하며 출근길을 억지로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