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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로운 인간 Apr 09. 2024

2020년 8월, 한강을 거스르는 출근길에 오르다

장거리 출퇴근 서사

우선 아내를 설득해 보기로 했다.
먼저 이직에 성공한 소식을 전했고 밝은 모습의 축하로 아내는 화답했다. 이 기쁨을 찰나였고, 회사 소개와 함께 출퇴근거리 이야기를 꺼냈고, 축하는 걱정으로 한심함으로 의심으로 화로 불신으로 점점 부정적인 크기가 커지며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나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힘든 시간을 같이 참아내 주고 있었을 아내에게 미리 논의도 없이 이런 시도를 한 것 자체가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어느 누가 편도 2시간 거리에 있는 회사로 이직한다는데 응원하겠는가.


명확히 아내는 이번 이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다른 선택지가 없던 나는 다니면서 고민해 보겠다고 선언했다. 아니 정확히는 고집을 부렸고 떼를 썼다. 서울에서 회사까지는 출근 셔틀버스 운행이 된다는 위안되지 않을 사소한 대안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포장하며 현실을 부정했다.

그렇게 2020년 8월, 판교로의 출근이 시작되었다. 셔틀버스가 있지만 버스 타는 곳까지의 거리가 잘 예상되지 않는 통에 초반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집에서 역까지 도보 10분, 김포에서 김포공항까지 20분, 김포공항에서 강남역까지 50분, 강남에서 판교까지 20분, 판교에서 회사까지 10분, 도어투도어 편도 1시간 50분이 걸렸다. 시간보다 힘든 것은 사람들과의 부대낌이었다.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경험한 등교, 출근은 30분 내외의 대중교통 한 번에 가는 경로였는데, 그마저도 사람들 많은 게 싫어 1시간씩 일찍 다녔는데 온전히 모든 교통편에서 사람들을 견뎌내기에는 나의 정신적인 체력이 받쳐주지를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대안이 필요했다.
서울에서 가장 늦게 출발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서울에서 판교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자면서 출근하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포에 가까운 강서 쪽에 위치한 셔틀 타는 곳보다 공항철도를 타고 공덕역 쪽으로 가는 게 시간도 짧고 사람도 덜했다. 그렇게 사람을 피해 한강 남쪽에서 북쪽으로 건너,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는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출근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쿠키 스토리.
나는 아침 루틴이 많은 사람이다. 일어나자마자 30분 스트레칭(아내는 그런 꾸물거림은 운동이 아니라고 했지만), 30분 독서, 20분 핸드폰으로 뉴스 보기라는 1시간 20분에 달하는 패턴이다. 거기에 디지털미디어시티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한강의 아름다운 절경을 음미하는 루틴 하나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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