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는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야근이 많은 탓에 어두울 때 일어나 어두울 때 퇴근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출퇴근 거리 탓에 저녁술자리는 피했고 사람들과 친해질 접점을 만들어주기 위한 내 상사의 노력을 매번 거절로 돌려세웠다. 당시 나에겐 일과 출퇴근에 익숙해지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그 외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장거리 출퇴근은 어떻게 적응이 되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일이 잘 손에 안 잡히는 것이었다. 절대적인 일의 양의 문제인지 시간의 문제인지 사람의 문제인지 나의 문제인지 도통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힘이 들었다. 그런데도 쉽사리 놓을 수도 없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던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통수에 봉착한 것이다. 다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스스로를 매 순간 자책하며 5시간 남짓한 시간 눈을 감고 뜨는 4시간 출퇴근길에 올랐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갈 무렵, 근심은 한층 깊어졌다. 이렇게 계속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출근하자마자 팀장님과의 담배타임에서 어렵사리 고민을 꺼냈다. 주어진 기획성 과제가 10개 내외인데,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잘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못 정하겠다는 고민을 처음으로 꺼내 들었다. 8년 차 직장인으로서는 부끄럽기도 했지만 진심이었다. 질문을 들은 상사는 조금 어이없다는 듯 연거푸 담배 두 대를 피우더니, 그런 건 없다고, 다 중요한 과제라고, 머리와 눈이 핑 도는 대답을, 무덤덤하게 내뱉었다. 진짜 눈물이 돌았지만, 이 악물고 꾹 참았다. 그래도 3개월은 버텨야지.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하자, 그렇게 1달을 더 보냈다.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변수가 등장했다. 팀에 과장 한 명이 이직을 해 큰 프로젝트 하나가 나에게 툭 떨어져 나온 것이다. 떠올려보면 이것이 나의 숨 쉴 구멍이 될지는 몰랐다. 결과적으로는 그랬다. 비교적 익숙한 일이고 운영만 잘해도 결과가 어느 정도 답보되는, 무엇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으로의 전환이 버텨낼 자그마한 동력을 차츰 만들어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고, 내 수습기간은 마무리되었다.
쿠키 스토리.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담타(담배타임)는 늘 따라다닌다. 처음에는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나를 흡연자로 알고 담배를 건네기도 한다. 이 시간에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오고 간다. 건강을 내주고 정보를 얻는 담타. 나는 물려주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