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로 출근하는 걱정, 다음은 김포로 돌아오는 퇴근하는 걱정이었다. 일찍 일어나 움직이면 사람 붐비는 것은 피할 수 있는 출근과 달리, 기본적으로 어느 시간대던지 사람이 많은 것은 피할 길이 없고 일찍 마칠수록 시간은 늘어나는 아이러니가 있는 것이 퇴근길이었다.
첫 번째 퇴근 경로는 판교에서 고속터미널로 30분, 고속터미널에서 집으로 향하는 50분, 2번의 빨간 버스였다. 이론 상, 이동하는 시간은 1시간 20분이지만 시작과 끝에 도보 10분씩을 더하고 배차간격을 생각하면 이 방법도 2시간이다. 다른 경로는 신분당선으로 논현, 논현에서 9호선 고속터미널 또는 당산, 마지막 빨간 버스였다. 지하철로만 3번을 갈아타는 지옥의 경로도 있었지만 이 경험은 한두 번이면 충분했다.
앞선 두 경로를 번갈아가며 나만의 인체실험을 시작했고, 도착시간은 비슷한데 버스로 다니는 편이 정체, 파업, 배차간격이라는 변수가 있음에도 사람 부대낌이 적고 잠도 잘 수 있어서 나에게 더 잘 맞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칼퇴를 하던 한 달까지는 그랬다.
한 달이 지나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일이라는 것이 중간이 없는 것은 알았지만 일이 없는 것을 걱정하던 환경에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일과 회의로 꽉꽉 들어찬 새로운 회사는 일과시간이라는 개념을 망각하게 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맥락을 따라가기 힘든 70-80%가 진척된 시스템개발 프로젝트에 중간에 투입되어 위아래로 워커홀릭인 동료들 틈새에서 중심을 잡기에는 아직 내 호흡이 따라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저녁식사 후 오후 9시에 시작된 회의는 계속 늘어나 새벽 1시, 2시, 3시를 지나 내일 이야기하자로 마무리되곤 했다.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두더라도 출퇴근의 체력적인 이유여야지, 업무강도가 다른 고민이 되리라고는 전혀 몰랐다. 짧게라도 목표를 정해야 했다.
'일단 수습 3개월만 버티자'
쿠키 스토리. 장거리 출퇴근러에게 대중교통편의 변화는 큰 변화를 의미한다. 22년 5월 신분당선이 신사로까지 연장되며 신논현역을 정차하며 9호선 급행으로 당산까지 10분은 빨리 갈 수 있었고, 22년 11월은 광역버스 입석이 금지되며 서울로 향하는 퇴근버스길은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