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기도하는 자(Prayer)

전 세계 아이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내뱉는 단어는 놀랍게도 거의 비슷합니다. '엄마', '맘마', '마망' 등 발음의 차이는 있어도 그 대상은 오직 하나, 자신을 세상에 존재하게 한 양육자입니다. 엄마는 아이의 보호자이자 교육자, 지지자이며 때로는 유일한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이름을 더 보태고 싶습니다. 바로 '기도하는 자(Prayer)'입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자식입니다. 그 이름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엄마라는 존재는, 우리가 좌절을 딛고 다시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 됩니다. 저 역시 나이 오십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저를 친구처럼 아껴주고, 무엇보다 저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는 엄마를 둔 복 많은 딸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보수적인 시대의 파고가 높았던 1960년대에 시집와 평생을 시부모님을 모시며 고단하게 사셨습니다. 본래 온화하고 마음 여린 도시 여자였던 어머니에게, 생활력 강한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감내하기 힘든 시련이었을 것입니다. 그 모진 세월 속에서도 어머니는 허리가 휘도록 일하며 우리 형제들을 지켜내셨습니다.

그 긴 세월이 흘러 이제 어머니는 거동조차 자유롭지 못한 고령이 되셨습니다. 눈이 침침해 좋아하던 책도 읽지 못하시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매일 두어 시간을 꼬박 기도로 채우십니다. 본인 인생의 한(恨)을 기도로 소멸하며, 가족의 안녕과 내세를 위해 간절히 손을 모으십니다.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경전을 들으며 기도에 몰입하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목이 메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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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사람들은 한국 엄마들의 기도가 지나치게 가족 중심적인 기복 신앙이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식이 큰 시험이나 어려움을 앞두고 있을 때 신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어찌 비난받을 일이겠습니까. 그것은 부모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본능적인 사랑의 표현입니다.

"엄마의 기도는 항상 자식을 따라다니며 지켜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타인의 자식을 위해서도 마음을 모을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따뜻해질 것입니다. 저 또한 엄마가 되어보니 그 간절함의 무게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저 역시 신께 청원하고,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수없이 '화살기도'를 올렸습니다. 종교는 달라도 어머니께 물려받은 그 정성 덕분에 저와 제 가족이 지금까지 평온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인생 최고의 유산인 '기도하는 엄마'의 DNA에 깊이 감사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저는 한 가지 새로운 다짐을 해봅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제 기도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려 합니다. 이 땅의 모든 청년이 내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더 큰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어느 때보다 엄마들의 기도가 절실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터전이자 역사가 될 이 나라를 위해, 저는 더욱 강하게 기도할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기도하는 자'이자 '엄마'로서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 이 얼마나 성스러운 위로입니까. 우리 모두가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존재가 되어보는, 그런 따스한 새해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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