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함께 자라기 - 애자일로 가는 길
몇 년 전 '1만 시간 법칙'이 유행했습니다. 국내외의 여러 책에서 그 법칙을 언급하고 있지요.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법칙을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데 1만 시간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법칙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만든 주인공, 안데쉬 에릭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딱 잘라 말합니다.
55년 동안 걸었다고 걷는 게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자신이 즐기는 걸 잘한다고 해서 더 뛰어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미신입니다.
그가 말하는 1만 시간 법칙에서 1만 시간은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는 수련'을 한 시간을 일컫습니다. 그런 수련을 그는 의도적 수련(deliberate practice)이라고 합니다. 그냥 경험이 아니고 매우 특수한 형태의 수련 방법입니다.
뛰어난 사람은 자기 기량보다 어려운 기술을 연마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미 잘하는 걸 더 연습한다.
의도적 수련이 되려면 나의 실력과 작업의 난이도가 비슷해야 합니다. 이것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론과도 일치하는 부분인데요, 미하이의 단순화된 도식을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몰입채널'입니다. 난이도와 실력이 엇비슷하게 맞는 부분이죠. 미하이는 이 부분에서 인간이 몰입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때 최고 수준의 집중력을 보이고, 그 덕분에 퍼포먼스나 학습 능력이 최대치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그때 최고 수준의 행복감을 경험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언어학자인 크라센(Stephen Krashen)이 입력가설(Input Hypothesis)을 통해 말합니다. i+1 이론이라고 하는데, 현재 언어 학습자의 언어 수준을 i라고 할 때 딱 한 단계 높은 i+1 수준의 입력이 주어질 때에만 언어 능력이 유의미하게 진전한다는 이론이죠.
책에서는 몰입이론과 입력가설을 통해 의도적 수련을 설명했는데요. 저는 제가 준비하는 외국어 학습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이론이 될 것 같습니다. 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문자와 문법을 가르칩니다. 문자를 배우는 것은 지루함을 느끼고 문법을 배울 때는 불안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암기식의 학습은 지루함을 느끼고 학습 성과에 가장 필수적인 집중력과 반복의지를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문법을 배울 때는 높은 난이도에서 오는 불안 때문에 학습에 부담을 느끼고 쉽게 포기하게 되죠. 그래서 저희 팀은 학습자의 수준에 맞게 문자와 문법을 배우지 않는 외국어 학습법을 제공하여 몰입채널 부분으로 학습자를 유도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