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by 강봉희

10년 동안 가고 싶다 가고 싶다 생각을 오래 해왔던 앙코르와트에 올해 2월에 갔다. 짧은 휴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이리저리 항공권을 찾아보다가 운 좋게 전세기로 가는 씨엠립 직항 자리가 몇 자리 남아있어 고민도 하지 않고 결재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앙코르와트를 안젤리나 졸리의 툼레이더에 나오는 큰 나무뿌리가 뒤덮은 사원의 모습을 많이 기억할 것이다. 나도 그랬다. 돌로 쌓은 건물을 거대한 나무뿌리가 지탱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앙코르와트에 다녀온 사람들도 지진이나 재해로 돌로 쌓은 사원과 건물이 무너질 수 있고 안전상의 문제로 캄보디아 국가에서도 관람을 제한할 수도 있다며 하루빨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더더욱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여행 일정이 맞지 않아 어느덧 10년이나 지나가게 된 것이다.

인천 공항 출발이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넘게 지연되어 씨엠립에 자정이 지나 한 밤중에 도착했다. 살짝 선선한 밤공기의 공항과 시내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그리고 시내에 들어가자 켜놓은 가로등과 불빛들이 씨엠립의 발전을 보여주였다. 호텔에 들어가 날이 밝기를 기대하며 잠을 청했다.

3박 5일 일정이라 앙코르와트 관람은 1일권을 끊어 스몰투어라 하는 앙코르와트 핵심투어를 해야 했다. 사진에 진심인 남편은 일출과 일몰을 찍고 싶어 했기에 앙코르와트 일출과 톤레삽호수의 일몰을 여행 코스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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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를 중심으로 동선을 짧게 잡고 관람하는 스몰투어를 위한 앙코르와트 1일권을 전날 구입하고 5시에 그랩으로 툭툭이를 불러 서문으로 갔다. 빛이 하나도 없는 컴컴한 밤에도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이 꽤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6시가 되어 입장이 가능하자 좋은 자리에서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해자를 지나 호수 앞에 줄지어 서서 함께 새벽을 맞이하였다. 어두운 가운데 고요하지만 소란스럽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언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영어, 중국어, 독일어, 일본어, 스페인어, 한국어도 빠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해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을 기다리자 새벽 여명이 비추고 주황색으로 하늘이 물들었다.일출을 보지 못할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들었는데 지평선처럼 길게 깔린 구름 때문인지 해가 영 올라오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라고 실망한 사람들은 해가 오르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면서 자리를 떠났다. 그래도 떠나지 않고 머무르는 사람들과 새로 들어온 사람들로 여전히 호수 앞은 북적거렸다. 먼저 여행했던 사람들이 쓴 후기에는 해는 더 늦게 뜨니 떠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과연 그 말이 맞을까 의심하면서 20여분 아니 30분은 더 기다린 것 같았다. 진짜로 해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연못에 세 개의 탑을 반영하며 올라오는 해가 사원을 더욱 웅장하게 비춰주었다.

잔잔한 호수에 반영으로 비추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조 건물이며 가장 큰 종교 건축물인 앙코르와트의 계단식 피라미드 모양의 세 개의 탑 사이로 떠 오르는 해를 새벽부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여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것과 같았으나 직접 영접하는 것과는 감동이 차원이 달랐다. ‘그래, 이렇게 직접 보고 듣고 느끼려고 여행하는 것이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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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돌계단을 손과 발로 짚으며 올라간다고 했는데 관람객의 안전과 붕괴의 위험으로 새로운 계단이 생긴 것 같다. 난간도 있어 잡고 오르내릴 수 있어 안전감이 들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앙코르와트 보존복원사업에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안내팻말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였다.

최대 크기의 사원답게 내부도 넓은 공간이 많이 있었다, 야외무대 같은 곳도 있고 나침반이 돌아간다는 돌도 있고 기둥이 길게 있는 회당과 전통신화와 역사가 기록된 섬세한 벽화들이 곳곳에 있었다. 앙코르와트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없어 전날 앙코르 국립박물관에서 앙코르와트의 의미와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으나 짧은 지식으로 힌두교와 크메르 역사를 알기 어려웠다.

태양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수리아바르만 2세가 건설한 도시의 사원 앙코르와트와 앙코르톰을 지은 그의 아들 자야바르만 7세가 최고의 전성기이라고 한다. 영토를 확장하고 도로를 건설하고 병원과 숙박시설을 짓고 앙코르와트 사원을 힌두교 비슈누에게 바쳤다고 한다. 수리아바르만 2세가 얼마나 훌륭하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성군이었는지는 장소에는 주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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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톰은 앙코르와트보다 더 크며 사면의 각각 다른 표정의 얼굴이 새겨진 바이욘사원과 거대한 나무뿌리로 유명한 타프롬 사원 등 여러 사원이 모여 있다. 거대한 나무와 사원이 한 몸인 타프롬 사원은 영화에서 보았던 그대로 나무뿌리와 석조 건물이 하나가 되었다. 길쭉길쭉한 스펑나무들이 오래된 사원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주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자야바르만왕의 마음이 스펑나무들을 통해 앙코르톰과 사원들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앙코르와트의 검은 돌로 만든 높은 피라미드 사원과 그 안에 기둥으로 세운 넓고 많은 공간들, 창문 장식과 조각들, 천장과 기둥에 있는 문자와 그림장식을 보며 여러 가지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 많은 돌을 멀리서 어떻게 옮겨 가져왔으며 건물의 가장 높은 곳은 아파트 22층 정도의 높이인 65m라니 어떻게 높이 맞추고 올렸는지 놀랍기만 하다. 돌을 정교하게 자르고 섬세하게 조각하며 장식하는 기술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돌을 잘 다루는 크메르인들은 미소와 따뜻한 마음으로 돌의 딱딱함과 차가움까지 이겨내는 것 같다.

오랜 마음의 여행지였던 앙코르와트 그리고 씨엠립 성당의 큰 개들과 함께 하는 크메르어의 미사와 현지인들의 환한 미소, 크고 작은 예쁜 꽃들, 위화감 없는 부드러운 불상들,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로 씨엠립을 정했다. 그때는 2주 정도 여유 있게 가고 싶다. 앙코르와트 빅투어로 멀리 떨어져 있는 외관에 있는 사원들을 많이 보고 오리라 생각했다. 이번에도 10년 안에는 다시 가겠지. 10년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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