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이었다. 아이가 책을 읽더니 갑자기 기운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배고프다며 밥 달라고 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조금 들떠 있는 모습이었을 텐데 그날따라 아이의 모습이 낯설었다.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무슨 일 있니?” 하고 물어보자,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아이의 마음이 궁금해 다시 물었다. 그제야 아이는 망설이듯 어렵게 입을 열었다.
“엄마, 왜 저는 아빠가 없어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언젠가 나올 질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 질문이 닥치니 머리가 하얘졌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대답해야 아이가 상처받지 않을지 몰라서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미혼모다. 아이 아빠는 처음부터 우리 곁에 없었다. 아이를 낳고 난 뒤에도 그는 한 번도 연락이 없었고, 양육비도 받은 적이 없다. 어디선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만, 그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혼자서 아이를 키워왔다.
그런데 아이가 자신에게 아빠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읽은 책 속에 등장하는 아빠처럼, 친구들과 함께 놀아주고 시간을 보내주는 아빠가 없다는 것이 부럽고 서글픈 모양이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빠가 없어서 미안해….’ 마음속에서 떠오른 말은 이것뿐이었다. 그렇지만 이 말을 그대로 전하기엔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왜 엄마와 아빠 두 사람이 필요한지 절실히 느꼈다. 특히 남자아이를 혼자 키운다는 건 정말 어렵고 버거운 일이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더 외로움을 느끼게 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도 나는 아이를 혼자서도 잘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공부하고, 더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씩 내 마음속에 찾아오는 우울함과 싸우는 것이 쉽진 않다. 약을 먹고 견디며 하루를 보내고 나면, 다음 날 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거운 고통이 찾아오기도 한다. 우울증은 정말로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아픔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존재가 있다. 바로 내 아들이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이토록 착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아이를 주셨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오히려 내가 아이에게 배울 때가 많고, 때로는 아이가 내게 더 어른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나는 아이가 아빠가 없다고 기죽지 않기를 바란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여리게 키우고 싶지 않다. 아이의 운명 속에 아빠가 없다는 사실이 있지만, 그것을 당당히 받아들이고 잘 헤쳐나갔으면 한다.
아빠가 없어도 괜찮다고, 엄마가 옆에 있으니 잘 이겨내자고 꼭 말해주고 싶다. 나도 때로는 답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다.
내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살아갈 것이라는 것. 그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둘이 함께 잘 살아보자. 아들아, 아빠가 없어도 괜찮아. 엄마가 네 곁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