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내 일상의 리듬은 비슷한 듯 다르게 변했다.
그냥 나의 일상
눈 뜨는 시간은 7시 40분에서 한시간 정도 늦춰졌다.
출근을 해야할 때는 그 눈 뜨는 시간이 조금은 괴로울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피곤하면 다시 눈을 감기도 하고 외부의 요소로 나의 행동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침은 회사를 다닐 때나, 안 다닐 떄나 비슷하게 챙겨먹지 않는다.
퇴사하고 이주일에서 한 달 정도는 아침에 책도 읽고 모닝 페이지도 써봤다.
지금은 둘 다 안한다.
모닝 페이지는 쓰기가 싫다기 보단 처음엔 열심히 썼는데 한 10일 이상 넘어가니까 더 이상 쓸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이라도 세 페이지를 쓰라는데 진짜 쓸 말이 점점 없어지니 쓰고자 하는 의지가 안생겼다.
책은 멀리한 지 조금 오래되서 다시 습관을 잡는게 어렵다.
그래도 간간히 저녁 시간을 이용하거나, 책방에 시간을 내서 가 책을 읽을 여유는 생겼다.
오전엔 보통 일과 관련된 업무를 하지는 않았다.
대게 좋아하는 운동인 필라테스와, 퇴사 후 하기 시작한 스쿼시를 간다.
운동을 다녀와서 씻고 밥을 챙겨먹으면 오후다. 그 때 일과 관련된 업무를 하기 시작한다.
아직은 나의 이름 석자를 보고 찾아오는 완전 새로운 클라이언트는 없다.
사실 그들이 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지금은 원래 알던 이전 회사와 연관된 사람들이 내가 백수 혹은 프리랜서가 된걸 알아서 일을 맡겨주시기 시작했다.
주로 제안서 작업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경쟁 입찰을 위한 제안서를 쓰기도 하고 이미 어느정도 기획이 되어 있는 프로젝트의 실행안을 작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교육 쪽 프로젝트 레퍼런스가 많아 강의안 작업이나 교육 기획작업도 같이 하고 있다.
손이 빠른게 최대 장점인데, 시간도 남아 도는 백수니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바로 작업해서 드렸을 때 "대박", "진짜 쩐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뭐 안좋고 베길까요.
사람들이 돈을 주고 맡기는 일은 하루에 적게는 4시간 많게는 6시간 정도 쓰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매일은 아니고 아예 없는 날도 많다. 그런 날은 내 스스로 나를 알리고 나를 브랜딩 해 나갈 법한 일들을 한다.
4년전 쯤 개설해 놓은 나의 유튜브를 살려가는 일, 꾸준히 해보겠다고 다짐하고 퇴사 후 개설한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 프리랜서 시장에 나를 내놓기 위해 포트폴리오 작업을 한다.
포트폴리오 작업은 다 한지 오래인데 기업에 메일을 보내는 단계에서 홀딩되어 있다. 그냥 조금 부끄럽다는 이유로 홀딩되어 있는 내 자신을 지금 또 반성한다. 대신 프리랜서 플랫폼에 가입해서 전문가 등록을 했는데 최종까지 합격이 됐다. 아직 정보 검색을 해봐도 해당 플랫폼의 정보가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라 이 합격이 유의미한건지 사실 모르겠다. 여기에만 기대지 말아야지.
정리해보면, 오전엔 운동을 하고, 저녁 전까지는 기획서 외주작업을 하고, 저녁엔 나를 백수에서 프리랜서로 만들만한 작업을 한다.
그냥 나의 회고
퇴사 후 나는 더 행복해졌는가?
어떤 상사에 기분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고, 또 나한테 어떤 스트레스를 줄까 긴장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않아도 되고, 업무에 대한 시간은 오롯이 내 컨디션에 맞게 조율할 수 있게 됐다.
퇴사 후 나는 더 이상 '진짜 미치겠다'라는 감정에서는 벗어났다.
그래도 더 행복해졌는가에 대한 확답은 하지 못한다.
'더' 어떠한 상황에 이르른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행복'에 가까운 지는 모르겠다.
이건 사실 퇴사와 관련없는 지금 나의 상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퇴사한 지 2개월 차, 그리고 프래랜서로 도전한지 2개월 차 회사에서 받았던 월급에 반토막 수준을 받고 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내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여태껏 회사에서 벌어 놓은 돈만 까먹지 않으면서, 내 월급 수준으로 월 수입을 회복하는게 이번년도 목표이다. (하지만 벌써 3월이네)
생각과 기분이 글을 쓰는 순간마다 바뀐다.
사실 나는 지금 '행복'이 부족한게 아니라 '안정'이 부족한 상태라고 인지된다.
서울에 와서 연봉이 2년만에 2천 가까이 올랐지만, 나의 정서적 생계적 안정은 서울에 오고난 후 훨씬 더 불안정해졌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돈에서 오는 안정도 있지만, 그 이상에서는 나는 돈보다는 관계성에서 안정감을 찾는 것 같다.
나의 프리랜서 선배가 프리랜서는 본인 자신의 기분과 동태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요즘 나름 루틴한 생활 패턴 속에서 업무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있으니, 치열하지 않게 살고 있는 것 만 같다는 불안을 느낀다. 사실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는건 맞다. 근데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인데, 왜 그렇게 살지 않고 있는 나를 미워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는게 체득된 결과일까? 그렇지 않으면 난 지금 잘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걸까?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프리랜서들은 다 엄청나게 열심히 살고, 항상 생산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것 같은데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도 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적당히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난 내가 지킬 수 있는 정도의 약속만 스스로에게 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수두룩하게 혼자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번주도 브런치 한 개, 브이로그 한 개는 올렸고 아직 쓰지 못한 블로그 세개가 남아있다.
주마다 새로운 목표를 만들었는데 한 3주간 내 상황에 대한 진단 없이 그날 그날 해야하는 일만 한 것 같음을 글을 쓰면서 발견하고 간다.
이번주는 꼭, 내 포트폴리오를 돌려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