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away bride
Runaway bride
몇 안 되는 감명 깊게 본 영화 중 하나다.
주인공 매기는 결혼식장에서 매번
도망가는 신부다.
3번째 결혼식에서도 어김없이
주례사가 시작되기 전에 도망가버린 신부의
이야기는 칼럼으로 만천하에 공개가 된다.
도망가버린 신부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써버린 기자 아이크는 그녀를 취재하러
갔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네 번째 결혼식은
아이크와 매기의 결혼식이 되어 버린다.
신부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는다.
해피엔딩이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실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리처드기어와 쥴리아로버츠의 전성기 시절
모습과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매기가 갖가지 계란요리를 해놓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 먹어보는 장면이다.
만나는 남자의 취향이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이라고
믿었던 매기
심지어 만나는 상대에 따라
좋아하는 계란요리가
바뀔 정도였다.
길을 사귈 땐 프라이
벌레 좋아하던 남자와는 삶은 계란
그리고 이젠 흰자만 좋다고?
대단해
난 어떤 계란요리를 좋아할까?
매기를 보면서 나는 어떤 계란요리를 좋아할지
생각하게 되었고 나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장을 보러 갈 때나 물건을 고를 때
태도가 달라졌다.
나를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음식주문이 달라졌다.
떡볶이 집에서 튀김을 고르기 시작했다.
튀김을 고를 때 보통은
" 모둠으로 섞어서 튀겨드릴까요?"라는 질문에
" 네. 골고루 섞어주세요"라고 대답하곤 했다.
오징어튀김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양하게 먹어도
그냥저냥 괜찮았다.
요즘은 그렇게 대답하지 않는다.
" 오징어튀김 2마리만 주세요 "
정확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만 시킨다.
생각해 보니 모둠튀김을 주문했던
이유는 2가지였다.
1. 내가 원하는 걸 고르면
일하는 분이 귀찮아지실 것 같아서.
2. 모둠튀김이 더 저렴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
몇 달 전만 해도
떡볶이 세트를 시켰다.
떡볶이, 순대, 어묵, 음료수
이렇게 들어있는 구성이 여러 가지
먹을 수 있고 좀 더 저렴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와 신랑은 순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묵도 마찬가지다.
과감하게 좋아하는 메뉴로만 시켜보았다.
치즈떡볶이랑 오징어튀김 2마리 그리고 음료수요!
세트메뉴보다 양은 좀 적었지만 그만큼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세트로 시키면 조금 더 저렴하지만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시키지 못할 만큼의
영향력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고
그것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용실에 가는 것도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평소 머리손질도 제대로 못하는 데다
반곱슬이어서 아무리 비싼 파마를 해도
결국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에 하나로
묶어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그런 패턴을 잘 알면서 나는 항상 거금을
들여 머리를 하러 갔었다.
1년에 두 번 정도 파마를 하는 거라서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반곱슬 이어서
뿌리매직을 하고 열펌을 하기 때문에
비용이 항상 20만 원 안팎으로
나오곤 했었다.
이제야 내 머리가 어떤 성질인지
조금은 알겠다. 한번 파마를 할 때
윗부분은 매직을 해주고 밑단은 컬을
강하게 넣어주면서 다음번 미용실을
갈 때는 뿌리매직만 하면 깔끔해지는 머리다.
그 이상의 시술이 들어가면 모발이
가늘어서 견디지도 못하고
돈만 들어간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렇게 하면 비용도 절감되고
머리도 안 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면접이나 중요한 만남이 있을 때는
차라리 비용을 조금 들여서 드라이나
머리손질을 받으러 간다.
예전 같았으면 면접을 앞두고 미용실 가서
머리를 다 갈아엎었을 텐데 그렇게 하면
돈도 많이 들도 머리도 애매하게 상하고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터득한 것이다.
매기는 말한다.
도망간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요.
난 날 몰랐죠. 많은 사람이 쳐다보는
성대한 결혼식은 싫어요.
사람들이 일하는 평일에 결혼하고 싶어요.
매번 결혼식장에서 도망치는 신부는
이제야 자신이 왜 도망을 갔는지
알게 되었다.
나 또한 하나씩 알게 된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확해질수록
인생이 명확해질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