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홀릭holic 으로

해방 1호 세 번째, 3단계, 체조 완성

by 정태산이높다하되

"이 책이 당신의 손에 있다는 의미는 당신이 골프에 중독된 상태라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상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은 일생동안 골프와 같이 살도록 운명 지워져 있다. 설령 매일매일 경기하는 라운딩의 시간이 고통스럽게 여겨질지라도, 일단 골프 유혹의 덫에 걸리면, 플레이를 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다."


이상은 스티브 뉴웰이 자신의 저서 <골프 바이블 The Golf Instruction Manual>이란 책의 서문을 시작하는 첫 단락이다. 골프를 왜 하는지, 골프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골프란 어떤 운동인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깊은 통찰을 담은 주장이다.


왜 우리는 골프를 할까?

첫째, 아무리 유능하고 일관성 있는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라운딩마다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골프는 수많은 변수(變數)와의 싸움이라는 말이다.


몸 컨디션, 날씨, 필드 상태, 동반자의 성향 등등... 할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운동, 그러니 재미가 있을 수밖에.


둘째, 골프는 내기 bet로 출발했다. 골프가 시작되고부터 한동안은 상대방과 매홀 승부를 가리는 매치 플레이만 존재했다.


자기만의 플레이에 집중하는 이른바 스트로크 플레이는 1759년이 되어서야 처음 등장한다. 그런데 스트로크 플레이도 막대한 규모의 상금이 걸려있으니 또한 내기가 아닌가. '내기'에서 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늘 결심하지 않는가. ‘내가 저 인간만큼은 이겨야지!’


셋째, 골프를 잘하면 유능해 보인다. 자기 관리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라운딩을 하면서 겪어보면 유능한 플레이어가 매너도 좋고 맵시도 좋다.


반대로 공을 못 치면 무능해 보이고 자기 관리에도 실패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평가는 당연히 선입견이고 편견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우린 왠지 골프를 잘하고 싶다.


넷째,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라운딩을 할 수 있다. 라운딩을 시작하면 네 명의 플레이어들은 최소한 4시간 이상 함께 필드를 걸어야 한다. 오비 Out of Bounds 도 나고 공이 페널티 구역(우리가 흔히 헤저드 hazard라고 부르는)에 빠지기도 하며 그린 근처에서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등 다양한 경험들을 공유하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결국, 본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또, 내가 모르던 내 속에 숨어있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도 만나게 된다.


다섯째, 골프는 인생을 닮았다. 성공과 실패, 용맹과 지혜가 매홀 반복된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만이 다음 홀 또는 다음 라운딩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언제나 말은 쉽다.


세 번째 수업

체조 2단계를 마친 후 약 열흘 간 꾸준히 반복 연습을 하고 나타난 제자의 표정에는 의욕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아! 이 분위기에서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는데...' 하면서도 나는 잘 못된 동작을 지적했다. 얘기를 꺼내자마자 그녀는 "왜 그럼 동영상을 촬영해 보냈을 때 말씀을 해주지 않았나요?"라고 따졌다. 물론, 조심스럽게.


세 번째 수업의 내용은 두 번째 단계의 체조를 물 흐르듯 하나의 연결된 동작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그립을 잡고 스윙의 7가지 구분동작도 만들어보려고 했다. 현재의 열정과 노력이라면 그 정도는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분동작 중 미니 스쾃에서 팔로우로 넘어가는 연결 동작이 매끄럽게 되지 않는 것이었다. 다리와 골반과 허리, 어깨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진도를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우리는, 구분동작을 절도 있게 하며 2단계 체조를 완성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세 번째 수업의 방향을 다시 잡았다. 재미는 없지만 한없이 중요한 것은 반복과 복습!!!


동작이 제대로 나올 때까지 교정을 하며 반복하자 정확한 동작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스스로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가동해야 할 땐 더욱 그렇다.


세 번째 수업은, 발바닥, 엄지발가락, 용천혈, 다리 안쪽, 골반, 옆구리, 등근육, 견갑골 등등 새로 알고 맞이하게 되는 근육들과 인사 greeting를 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이 대목에서 신간, 러셀 폴드렉 Russell Poldrack이라는 신경 과학자의 <습관의 알고리즘>이란 책을 읽다가 발견한 부분을 소개한다.


"앤 그레이비엘 Ann Graybiel이라는 MIT의 신경 과학자는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뇌의 선조체와 전전두피질이 협력해 행위 연속체를 '개별적인 행위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행동'으로 바꿔놓고, 이로 인해 습관적 행동이 한번 시작되면 해당 시퀀스를 중간에 멈추기 가 훨씬 어려워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90쪽)"


골프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생각한 이 책을 읽다가, 개별 동작을 하나하나 꾸준히 익히다 보면 물 흐르듯 하나의 동작으로 완성할 수 있다는 나의 경험으로 형성된 믿음을, 과학자를 통해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뇌의 기저핵 부분과 대뇌피질의 한 부분 중에 이러한 행동의 조직화(또는 습관화)를 명령하는 기능이 있다니 경이로운 과학의 발견이여!


강제 휴식

2시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훈련이 문제가 되었던 것일까. 레슨이 있은 지 며칠 지난 월요일, 제자가 회사에 출근하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허리에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가야 했다는 것이다.


동작을 완성하고자 하는 나와 제자의 과도한 의지와 수행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엎어진 김에 쉬어 가야지.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발견하면서 탈이 난 것이다.


"내 의견으로는 골프 교습은 노력과 영감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골프를 더 잘한다는 것은 좋은 샷을 만드는 실용성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에서 일어나는 감동과 정서적 측면에 관련이 더 많다."는 문장은 이 글을 시작하며 소개한 <골프 바이블> 서문의 마지막 단락이다.


나는 나의 첫 제자에게 골프체조가 만들어낼 감동과 정서적 충만을 떠올리며, 당분간은 마음으로만 체조를 하자고 말해야 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