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편의점은 소소한 생활용품과 식품, 음료와 술을 24시간 언제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게다. 편의점을 처음 본 것은 90년대 중반. 삼십 년 다 되어 가나보다. 구멍가게도 작은 선술집도 식당도 사라지고 없는 동네 어귀마다 이젠 죄다 편의점이다. 그렇게 편리한 가게는 동네 상권을 장악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장악 말이다.
그런데 청파동의 ALWAYS편의점에는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갈등하고 반목하는 사람들, 실의에 빠진 사람들, 심지어 노숙자까지도 멀쩡한 사람으로 회복시켜 주는 마법의 편의점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겠도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자청이라는 청년이 쓴 <역행자>라는 자기 계발서를 읽게 됐다. Yes24 북클럽에 가입하니 원하는 전자책을 무한정 볼 수 있다 보니.
소설과 자기 계발서인데도 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핵심 주제는 "타인을 행복하게 해 주기"다. 무엇을 하든 '역지사지'하게 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거다. 2천 년 전 카이사르가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한다."라고 말했고, 그보다 2~300년 더 오래전 사람인 한니발은 "관점을 바꾸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역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는 것.
편의점을 차린 전직 교사, 염영숙 여사는 편의점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급여만 충당할 수 있다면 그만이다. 실제 이런 분이 있을까 싶긴 한데, 그러다 보니 사력을 다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생기고 노숙자도 알바를 할 수 있게 된다.
여유가 생겨야 배려도 하고 선심도 쓸 수 있다. 알바가 알바를 괴롭히는 수평폭력 같은 상황도 피할 수 있다. 단골손님에게 편의점 본연의 서비스인 '편의'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대책 없이 낙천적인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유쾌 상쾌 통쾌한 이야기, <망원동 브라더스>를 쓴 작가, 김호연이 코로나19 시대에 낙담만 있을 수도 있는 남루한 청파동 골목에서 싱싱한 희망을 낚아 올렸다. 신작, <불편한 편의점>.
전직 교사와 비뚤어진 아들, 노숙자와 취준생, 가정주부와 실업자가 된 초로의 신사, 쥐꼬리 월급 받는 영업사원, 가난한 연극배우와 희곡 작가, 일용직 노동자와 그 아내와 아들 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시하는 성공의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의 삶이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이 일 년 중 7~8개월은 행복해야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복지의 저변확대든 기본 소득이든 또는 최저임금이 됐든 좌우간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이 있다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성취와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냄새나는 소설이다. <역행자>의 저자, 자청은 무엇을 하든 무엇을 보든 어디에서 언제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한다. 자신이 제시한 성공 포뮬러를 따른다면 누구나 이러한 기회의 포착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타인(손님 또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기획하고 제안한다면 무엇을 하든 실패할 일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타인의 편의'를 생각해 보자는 거다. 내가 보기엔 자청의 주장이 곧, <불편한 편의점>의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