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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Oct 31. 2021

죄와 벌

TV문학관 176화, 이무영 원작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조시마 신부의 에피소드, 어떤 신사가 조시마 신부를 찾게 된다. 그 신사는 조시마의 일신의 안일을 포기하고 기꺼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던 과거에 영감을 받았던 것이다. 그 신사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죄(살인)를 신부에게 고백하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수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신사는 범죄 이후 십 년 넘게 받은 정신적 고통과 그간 이룬 가정, 그리고 친지들을 생각하며 망설이게 된다. 신부 또한 신사의 주저로 고통받는다. 오히려 나중엔 자신의 죄를 알고 있는 신부를 죽이려고까지 한다. 같은 맥락에서 '과연 진정한 사제란 어떤 인간을 두고 하는 말인가'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작품을 떠올린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막 입학하던 해에 방송된 1985년 TV문학관의 한 작품, <죄와 벌>이다. 마침 도스토옙스키의 또 다른 소설과 제목이 같다.

살인

어느  , 성당의 돈을 훔치기 위해 잠입한 괴한에 의해 성당에서 숙식을 하며 일을 보던 중년의 여인이 살해당한다. 그리고 며칠   성당의 주임신부인 박 신부에게 경찰이 찾아오고, 박 신부의 동생 찬재가 살인 용의자가 됐다고 알린다. 박 신부의 집은 가난했고 신부가  형을 대신해 가장 노릇을 하던 동생 찬재는 이런저런 일에 휘말려 2차례의 폭력전과가 있었던 참이었다.


찬재는 사건 당일, 우연히 밤늦은 시간 형을 찾아 성당에 갔다가 살해된 여인을 발견하게 되며, 누명을 쓰는 지경에 이른다.


장면은 바뀌고, 박 신부의 성도, 바오로의 집에서는 자신의 어린 아들, 베드로가 죽을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다.  집에 박 신부가 기도를 위해 방문한다.


성당의 , 5백만 원을 훔친 범인은 바오로였다. 아들의 병을 고치려고 성당에 잠입했고, 아는 여인에게 들키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결국, 아들 베드로는 죽고  소용이 없어진  남은 상황, 바오로는 절망한다.


고백성사

바오로는 성당을 찾는다. 박 신부에게 고백성사를 하기 위해서다. 신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한  신부의 권유에 따라 경찰에 자수할 것을 약속한다. 검찰로 넘겨진 동생 찬재의 재판 날짜는 열흘을 남겨두고 있었다. 박 신부는 바오로의 자수를 기다리며, 동생의 무죄 사실과 자수를 결심한 바오로의 영혼을 구할  있게  것을 주님의 축복으로 여기며 감사한다.

박신부 역할을 맡은 배우 백윤식

그리고 주일 미사 중에 고백성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 박 신부는 성도들 앞에서 고백성사에 얽힌 역사적 일화를 설명한다.


1329 보헤미아 왕국의 벤체슬라우 왕후가 고해 신부 요한 네폴제논에게 고백 성사한 내용을, 왕후를 질투한 왕이 알고 싶어 한다. 신부 요한에게 발설할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요한은 "고해를 들을 귀는 있으되 사실을 이야기할 입은 주님께 허락받지 못했다."면서 왕의 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요한은 가죽부대에 묶여 바다에 생매장당하게 된다. 그로부터 400  1729 요한은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발견된 성 요한의 시신은 뼈밖에 남지 않았지만  만은 썩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문제적 인물, 바오로

바오로는 자수를 하지 않는다. 아내와 늙은 모친을 두고 경찰서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고백성사는 절대로 누설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자수를 포기하고 훔친  5백만 원을 박 신부의 집에 가져다 놓는다.


모든 책임을 신부에게 떠넘기게  것이다. 재판 날짜가 되도록 자수의 기미가 없음을 알고 박 신부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고통에 몸부림친다. 초췌한 몰골의 신부 앞에 나타난 사람은 그의 여동생, 찬숙이었다.  5백만 원과 함께.

성바오로, 굿뉴스 제공


바오로는 기독교인을 박해하던 바리새인이었다가 예수를 영접하고 크리스천이 되어 복음을 전파했다는 현재까지도 교계에서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문제적 인물이라고 한다. 범인의 세례명을 바오로로 정한 데에는 이런 성서적 맥락이 고려된 것이다.


자수

법정에서 증거물 5백만 원을 들고 자수한 사람은, 박 신부였다. 바오로는 신문지에  5백만 원을 박 신부 부모의 집에 놓고 갔다.


그것은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훔치긴 했으나 필요 없어진 돈을 박 신부 집에 전달함으로써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려는 것이고, 째는 돈과 함께 자신의 죄를 신부 가족에게 떠넘겨버린 것이다. 포승줄에 묶인 박 신부는 성당에서 현장검증을 한다. 그리고 성도들로부터 갖은 모욕을 당한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비열한 표정의 바오로가 박 신부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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