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우리 반 아이들 몇은 무언가를 할 때 늘 불평을 한다. '하기 싫은데?' 부터 '안 하면 되잖아.' , '선생님 다른 거 해요.' 등... 진짜 하기 싫어서 한 말일 때도 있겠지만, 가만 들어보면 추임새 마냥 우선 불평의 말부터 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더 많다. 불평 언어가 습관이 된 아이들은 자신의 언어를 인지하고 있을까? 아이가 불평 언어를 할 때 내가 들은 그대로를 들려줬다. 말을 짚어주니 아이들이 멋쩍어한다. 이후에는 자동적으로 불평의 말이 나오려고 하면 아차하고 멈추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내 안에 있는 부정의 생각들, 나를 갉아먹고 얽매이게 하는 생각들도 인지의 영역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알아차리고 멈추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살던 대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삶에 새롭게 반응할 수 있는 기회를 나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반 아이가 또 말썽이다. 윗 학년 아이가 A 때문에 못 살겠다고 말을 너무 함부로 한다고 선생님이 어떻게 좀 해보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1교시에는 수업하는 모든 활동들에 대해서 ‘싫은데요?’ ‘안할건데요?’ ‘재미없어.’ 등의 말로 수업 분위기를 흐렸다. 화가 났다. 부드럽게 표현하라고 몇 번 주의를 줬지만 나를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 A를 지긋이 쳐다보자 나를 피해서 뒷 친구한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아이의 어깨를 잡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게 했다. ’ 선생님이 말하면 선생님을 바라보는거야. 알겠니?’ 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수 아동을 향해서는 <000(아이 이름) 피하기 술래잡기> 라는 게임 이름을 지어서 잘 뛰지 못하는 특수 아이를 술래로 지정해 놓고 소리 지르면서 피해 다니고 도망 다니는 게임을 했다. 지난 며칠간! 자기보다 열등하다고 느끼고 약한 친구를 만나면 은근히 따돌리고 괴롭히고 조종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 속에서 분노가 끓었다. 어떻게 이 시간들을 지도의 거름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교 전 아이들 한 명 한 명 눈을 쳐다보며 아이들의 이름을 넣어서 너희 자신을 놓고 000 피하기 술래잡기를 하면 좋겠냐고 물어봤다. 재미있어서 시작한 놀이가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지 못할 수 있음을 아이들이 알았음 싶었다. 역지사지의 마음을 알려줄 때다.
나약한 친구를 공동의 타깃으로 삼고 즐거움을 취하는 모습은 어린이나 청소년기나 어른세대에서도 없어져야 한다. 책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백정연 저>에는 통합 교육 제도에 대해 본 취지와는 다르게 일반 학생이 장애 학생과 함께할 준비가 되지 못해서 장애 학생에게 따돌림과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우리반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일반 학생이 좀 더 준비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공부는 조금 부족해도 좋으니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은 꽉 채워서 올려 보내고 싶다.
요즘 다른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선생님이 지치면 안되요.' 라는 말을 듣곤 한다. 어제 저녁에는 딸을 대할 때도 반에서 아이들을 훈계할 때 했던 말투를 그대로 사용하는 나를 보았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대체 다들 나한테 왜 이래하는 분노의 마음이 가득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가정에서의 모습과 완벽히 분리될 수가 없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겠다. 분노가 하루를 넘기지 않고 스트레스가 소화되고 회복돼서 다음날 또다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오늘 아침 5시 30분에 눈을 떠서 요가와 스트레칭을 했다. 우리 반에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아이를 생각하면... 뭐든 해야 할 것 같아 명상도 했다.
조금 더, 거리를 두고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핸드폰 배터리가 20% 남았을 때 저전력 모드가 켜지는 것처럼 얼마 없는 에너지를 관찰모드 정도로만 켜서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오자.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오전 시간을 보냈다. 아.... 실패인가 싶게 관찰만으로 되지 못한 오늘이었다. 아이는 사사건건 뭘 하든 모욕, 핀잔, 비난, 불평, 방해의 말을 했고 조금만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아 ~ 씨 땡.' 이러면서 욕의 뉘앙스를 풍겼다. 내가 상대를 하지 않으면 가만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는 다른 친구들한테 말을 걸고 싸움을 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명령 투의 말을 사용하며 조종하려고 했다. 매 시간이 스트레스 였다... 또 이번 시간에는 어떤 듣기 힘든 소리를 하려나 마음이 힘들었다.
화가 나서 친구의 신발을 창문 밖으로 던진 일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는 새에 정신을 차려보니 신발이 손에서 미끄러져서 창문 밖에 있더라.' 식의 완전 수동태식 문장을 사용하지 않나... 거짓말과 말대꾸를 밥먹듯이 하니 내 마음이 쉼을 찾지를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찾은 뜻밖의 수확은.. 서로 밀고 때렸던 다른 아이들을 불러다 대화로 끝까지 갈등을 해결하도록 지도했는데 아이들이 꽤 집중해서 자신의 불만과 바람을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나가는 아이들 이지만... 자주자주 역지사지의 마음과 대화로 갈등을 풀어가는 연습을 지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자, 이제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