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생각보다 힘이 있다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순간을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건 비단 아이들만 해당하지 않는다. 육아를 하는 부모라면 한 번쯤 말해봤을지도 모르는데 잠을 안 자려는 아이에게 “도깨비가 안 자는 아이들 데리러 온대!” 라든가 양치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이에게 ”양치 안 하면 밤에 세균이 이를 엄청 아프게 해서 왕주사 맞으러 가야 할지도 몰라. “ 등의 말 말이다. 육아의 힘듦과 위대함은 가장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것에 있다. 아이들은 일상의 사소한 반복적인 루틴을 매번 ‘거부’하고 부모는 일일이 대응할 에너지가 없어 거짓말과 과장을 섞은 협박적 발언을 종종 활용한다.


실험해보고 싶었다. 거짓말보다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말하면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그것이 부모로부터 힘이 더 들게 하는 육아가 될지 궁금했다. 그래서 밤에 아이가 잠을 자기 전 도깨비는 한 번도 우리 집에 찾아오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커밍아웃을 했다. 아이는 “그럼 엄마가 거짓말을 한 거지!” 라며 몇 분 간 흥분하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나는 다음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사실 엄마는 네가 일찍 자길 바라서 그런 말을 했어. 거짓말해서 미안해. 늦게 자면 다음날 피곤해서 놀이도 즐겁게 못하고 키가 많이 자라지 않을 수도 있거든. 엄마가 너를 사랑해서 걱정이 돼서 그런데 일찍 자려고 노력하는 거 어때? “ 돌려 말하지도 않고 반대로 말하지도 않고, 그 어떤 과장과 거짓말 없이 진심을 담아 진실하게 마음을 표현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가만히 들었다. 진심을 표현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도 그대로 적용했다. 정신없는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일 때도 나의 진심을 담담히 표현해 보기로 했다. 끊임없이 말대꾸하는 수현이가 그날도 나에게 “아, 그냥 대충 하면 안돼요?” 하는데 “꼼꼼히 최선을 다해서 했으면 좋겠어.”라고 대답하자, “제가 방금 그 말했잖아요! 대충이 꼼꼼히라고 말한 건데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질 때가 있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진심을 전했다. “선생님은 너와 관계가 틀어지고 싶지 않아. 근데 수현이가 그렇게 말하면 선생님이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고민이 돼.” 수현이는 잠잠히 나의 말을 들었다. 특히나 행동과 다르게 선생님에게 칭찬과 인정이 고픈 수현이에게는 더욱이 수현이에 대한 내 진심과 바람직한 대화 방법을 있는 그대로 말해줄 필요가 있었다. 수업 활동 중 자신이 하기 싫은 과제를 마주하면 “아 진짜, 왜 이런 걸 하라는 거야.”, “ 그냥 혼잣말이었는데요?” 등의 말로 태연하게 대꾸할 때, 나에게는 진심을 말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기억한다. “그런 말을 하면 혼잣말로 느껴지지 않고 선생님 들으라고 말하는 것 같아. 그래서 선생님이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고. 정말 궁금하면 선생님한테 직접 물어보면 좋겠어.”


학생과의 갈등 상황과 육아에서의 줄다리기 상황에서 피하지 않고 대면한다. 상황을 직시하고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한다. 실랑이를 할 힘이 없다는 이유로 그 순간을 흘려보내면 아이들이 정말 배워야 할 것을 놓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일상의 중요한 배움은 갈등 상황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조금만 더 용기를 내자. 지금 나와 함께 사는 가족에게 진심을 전할 용기를 내보자. 진실은 생각보다 힘이 있다.

keyword
이전 14화나의 모습과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