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행복해서 불안해요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학교에서 추천하는 장학생 사업이 있다. 위탁 가정에서 살고 있는 우리 반 수현이가 후보 명단에 올랐다. 장학금 관련해서 보호자의 동의와 계좌 번호 등이 필요해서 어머님과 잠시 통화를 했다. 어머님께서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요즘 수현이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수현이가 "엄마 너무너무 사랑해. 엄마 같이 산책 가자. 응?", "엄마 어디 아파? 내가 주물러 줄까?"라고 말하면서 어머님이 일생에서 이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수현이한테 다 받아본다고 하시면서 행복해하셨다. 올 1월에 가정에 와서 하루 걸러 이틀 가면 서러울 정도로 가정에서 날뛰고 심한 말과 문제 행동으로 어머님 속을 많이 썩였던 수현이었는데 요즘 수현이가 정말 어머님께 효녀 그 자체라는 말을 들었다. 얼마나 놀라운 모습인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못내 마음에 걸렸던 말이 있었다. 수현이가 어느 날 어머님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사실이 아니라 정말 정말 만약에 말이야. 엄마가 차 사고가 나서 죽으면 나 밥은 누가 해줘?"라고 말이다. 나 역시 학교에서 수현이가 친구와 대화 나눈 내용을 어머님께 전했다. 수현이가 급식을 먹으면서 맞은편에 앉은 가정 입양된 친구에게 "야, 너는 언제 또 다른 집으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언젠가 다른 집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수현이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지금 만난 엄마와 애착을 진하게 느끼며 한편으로는 엄마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서 이 세상에 없을까 봐 불안해한다는 것 역시 안타까웠다. 어머님께 학교에서 수현이가 친구에게 했던 말을 말씀드리면서 수현이에게 다시 한번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한다는 말을 말씀해 주시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레 권유드렸다. 아이들에게는 감정을 직접 말로 전달하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사랑을 표현하지 않고 마음으로만 사랑하는 것은 특히나 어린 시절에 아이들로 하여금 부모가 나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어머님, 수현이가 매일이 너무 행복해서 불안한가 봐요. 이 행복이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그런 말을 했나 보네요."라고 어머님께 말했다. 우리도 그런 생각해 본 적 있지 않은가. 당연하게 누릴 수 없었던 꿈에 그리던 일상을 누릴 때마다 이 시간이 꿈이 아니길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행복해서 언젠가는 불행한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불안하기도 하는 마음. 언제나 살아남아야 했고 내 것을 움켜쥐어야 했던 수현이가 가정에 정착하면서 가족들과 잘 지내는 법을 스스로 알아가고 엄마를 의지하고 기대며 세상을 다르게 경험하고 있다. 새로 태어난 순간이자 일상이다. 행복한데 불안한 고민이 무색하게 수현이의 정서가 안정되게 두터워졌으면 좋겠다. 인생에 찾아오는 잠깐의 먹구름도 넉넉하게 보내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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