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한 주의 끝. 금요일이다. 아침에 왕 늦잠을 자고 부지런히 연수원으로 갔는데 늦잠을 자고 평소보다 늦게 온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4일 연속 공부에 심신이 지쳐 늦었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시작이었다. 점심 먹고 오후에는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에 대해 연수가 있었다. 무심코 강의 자료를 보던 중에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신경다양성 교실>이라고...? 이 제목 그대로의 책을 두 달 전에 읽고 집합 연수 전 성찰과제로 제출했었는데 이 책의 저자가 온다고?? 오후에?? 오늘?? 심장이 쫄깃해지기 시작했다.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신 연구사님은 강사 섭외를 언제 하셨을까? 내가 성찰과제를 내기 전이었을까 후였을까? 그분이 여기로 온 것은 우연인 걸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쉼터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점심을 먹고 강사 선생님과 연구사님이 들어오실 법한 시간에 맞춰 강의실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강의실 앞쪽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심박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작가와의 만남이야 뭐야... 저분은 아실까? 내가 저분의 책을 읽고 과제를 제출했고 신경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대화가 끝날 기미가 보일 때까지 눈에서 레이저를 쏘듯 두 사람을 쳐다봤다. 이윽고, 강사 선생님이 잠깐 화장실로 가신 사이에 연구사님께 먼저 다가갔다. 연구사님이 내 명찰을 보시더니 웃으시면서 손을 잡으셨다. 말하기 전에 서로 무슨 말을 할지 아는 듯한 그 느낌을 독자들은 경험해 보셨는지. “언제 섭외하신 거예요? 네?” 가장 궁금했던 첫 번째 질문. 연구사님은 특수 교육 분야는 강사 섭외를 가장 마지막까지 못하고 있었고 고심했던 부분이라고 하시면서 특수 교사의 관점에서, 통합 학급의 담임교사 입장에서, 학자의 입장에서 각자 관점이 달랐고 이 모두를 포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알지! 오늘 강사님이 이 모두를 포함하는 분이라는 것을! 그러다가 주변 선생님들께 이 강사님 추천을 받았는데 고민하시던 중에 내가 이 분의 책을 성찰과제로 낸 것을 보고, 이분으로 섭외를 해야겠다고 결정하셨다고 말씀하셨다. 만남의 복이었다. 연결되어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기쁨이었다. 작은 과제가 일으킨 공이 저 멀리까지 날아갈 줄이야! 화장실을 다녀오신 강사님이 연구사님과 대화하고 있는 나를 보고 ”이 선생님이에요? “ 하시더니 ”선생님 ~! 선생님이 저를 섭외하셨어요!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반갑네요! “라고 하셨다. 내가 선생님을 섭외했다니. 수많은 연수생 중 한 명인 나의 존재가 주목을 받다니! 이후 2시간의 강의는 강사님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빠뜨리지 않고 들으려는 집중력이 엄청났다. 완벽한 동기 유발이었달까.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신경다양성 교실> 책을 쓰신 김명희 선생님은 서울교대를 졸업하시고 초등 교사로 재직 중에 둘째 아이가 발달장애로 태어나게 되었다. 장애 아이를 둔 엄마로서 아이를 ‘정상인’으로 만들고자 전국 팔도 안 가본 곳이 없으셨던 선생님은 8년이라는 휴직 기간을 가지시고 오랜 시간 후에 복직을 하셨다. 그리고 특수 아이의 엄마로서 자녀를 위해 특수 교육을 다시 전공하셨다. 특수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초등 교사로서 통합 학급을 운영하면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다 저희 반으로 보내라.’라는 모토로 10년째 통합 학급을 맡고 계신다고 하셨다. 신경다양성 연구회도 만들어서 운영 중이신데 꾸준히 집필작업도 계속하신다고 하셨다.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건 통합 학급을 매년 운영하면서 한 번도 힘들거나 고민이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나의 연재 글들을 보신 독자분들은 알겠지만 올해 우리 반 통합학급은 전혀 다른 차원의 모습이었고, 일반 학생들의 장애 친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혐오적인 모습들이 고민이 되어서 이 책을 학교 도서관 책으로 추천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에는 장애와 비장애 이렇게 이분법으로 학생들을 나누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은 스펙트럼의 어느 한 부분에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왼쪽에 자폐 아동이 있다면 오른쪽으로 갈수록 내성적인 아이, 조금 사교적인 아이, 많이 사교적인 아이로 가는 과정 중에 수많은 아이들을 둔다. 그리고 아이들 각각은 다 자신만의 강점이 있고 다양한 사람이기에 신경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쓰셨다. 우리 반 아이들을 장애학생 1명-비장애학생 5명으로 나누어서 봤었는데 모든 아이들을 스펙트럼에 놓고 보니 내가 좀 더 신경 써서 봐야 할 다른 아이들이 먼저 보이기도 했다.
강사 선생님은 의학적 관점에서 ‘다름’을 볼 때, 장애를 문제 혹은 결함으로 보고 치료적인 접근을 하지만 그런 관점은 의사 선생님들께 맡기고 우리는 다른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다. 신경다양성의 관점 말이다. 결함중심의 패러다임에서 강점중심, 성장중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말씀하셨다. 하지만 아이들의 강점을 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하셨다. 오히려 부족하고 문제 행동들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이 현실이기에 그것은 우리의 부정성 편향이라는 자연스러운 본능임을 인정하고 강점중심적 접근을 위해 본성을 거스를 것을 요청하셨다. 그래서 더 의도하고 연습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아이가 눈을 반짝이는 순간을 찾자고 하셨다. 아이들만의 다중지능(자기 성찰지능,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대인관계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음악지능, 자연탐구지능)은 각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하시면서 다중지능을 평가할 때 표준화된 검사보다는 지속적인 관찰이 더 정확하다고 하셨다.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학교에서 자주 저지르는 실수를 관찰’하는 것도 강점을 발견할 수 있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문제 행동이 곧 강점이라는 말이다. 아이들의 강점을 중요시 여기지만 장애학생에 대한 진단 역시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진단은 이해와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학부모 상담을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품행장애, 반항성 장애, adhd 학생들의 예를 공부하면서는 우리 반 수현이(가명)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유형의 아이와 통합 학급에서 함께할 때 수업 사례들을 들으며 통합교육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나도 비슷하게(어쩌면 본능적으로) 이 아이를 지도해 왔다는 생각이 들어 위안이 되었다. 내가 지금 어느 지점에서 지도를 이루고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가 되기도 했다.
또 언제 뵐지 모르는 김명희 선생님을 놓치지 싫어서 수업 전-중-후 시간에 강사님께 달려가서 말을 걸었다. 나한테 그런 에너지와 용기가 있다니 놀랄 따름이다. 삶의 큰 변환점과 굴곡이 나를 또 다른 배움의 길로 인도하고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갖게 된다는 것은 삶이 인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삶도 흘러가는 대로 때때로 배우고 때때로 나누며 누군가와 연결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