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현장에서 있다 보면 동료교사라는 존재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힘이 나기도 하고 나를 갉아먹고 지치게 하기도 한다. 서로의 힘듦을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얼굴 표정이 안 좋다며 점심 식사 후 교실로 찾아와 주는 선생님이 있는가 반면에 손에 일 하나 묻히지 않고 동학년 덕을 당연하게 보려는 선생님도 있다. 덕만 보면 좋게? 의견이 안 맞을 때는 관리자한테 온갖 모함과 거짓말로 해당 교사를 이상한 교사로 몰아넣기도 한다.
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으며 여러 지역에서 일하시는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났다. 육아휴직 후 일정 연수라 학번이 상당히 차이가 나서 함께 연수 듣는 선생님들을 나이 어린 후배로 여긴 적도 있었으나 가까이서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히 존경할 만한 점이 꽤 많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오만과 편견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한 선생님은 학교폭력에 관한 강의에서 실례로 들었던 차량 절도 사건의 가해 학생들이 초등 6학년이었을 때 담임을 맡았던 분이 있었다. 일화를 직접적으로 들으며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생활 지도를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 선생님은 동학년 교사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자 말이 안 통한다며 해당 선생님이 하지 않았던 행동을 했다고 관리자에게 말하고 납득이 안 가는 이유로 사과를 요구하며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등 상식 밖의 일들을 경험하신 선생님도 있었다. 시종일관 ‘나는 옳는데 네가 틀렸다.’는 태도로 대화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분을 동학년 교사로 만나서 한 해가 참 힘들었다고 하셨다.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말씀해 주신 선생님은 학기말이 되고 연수를 듣는 중에 면역력 결핍의 한 증상이 몸에 나타나서 먼 지역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시는 중이다. 적군과 이군 그 어디쯤.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학교라는 공통된 곳에 존재하고 있다.
선생님의 노력이 울림을 주는 이야기도 있었다. 고학년 담임을 맡은 해에 반 아이들 중 상당수가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이 선생님은 고민하시다가 해당 학생들의 학부모님들께 다 전화를 했다고 하셨다. 아이들의 학습 수준이 현저히 낮았을 때 수업 시간마다 아이들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그 점이 속상하다고 진실하고 진정성 있게 학부모님들을 설득해서 가정에서 기초적인 연산 부분을 공부하고 올 수 있도록 간곡히 설득하셨다고 했다. 수업 시간 외에 아이들의 보충 지도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하시는 선생님을 보며 결과로 드러나지 않는 숨어있는 교사의 노력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를 생각했다.
연수는 내일이면 끝이 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선생님들의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포토 스탠딩을 하며 2학기와 겨울방학에 대한 나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해안가에 널려있는 오징어 사진을 고르시고 오징어가 부럽다며 ‘오징어처럼 나도 널려있고 싶다’고 말씀하신 선생님, 2학기에 도자기를 빚는 사진을 고르시고 이처럼 꾸준히 장인정신으로 나아가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고 말씀하신 선생님, 먼지만 쌓이는 기타를 올 겨울에는 꼭 만져봐야겠다고 말씀하신 선생님, 족욕 사진을 고르시고 2학기 틈틈이 나를 위해 쉼을 주는 시간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씀하신 선생님, 금토일 돌고래를 보러 제주도로 떠나고 싶다고 하신 선생님에 더하여 나는 곤충 관찰하는 사진을 제시하고 관찰의 중요성을 알았으니 2학기에는 아이들을 자세히 보고 싶은데 자세히 보고 싶지 않지만 자세히 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관찰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내와 애정을 필요로 하는지! 엄두가 안 나면서 그럼에도 걸어가야 할 길로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이때가 좋았다,는 말을 할 것이 분명한 이 일정 연수의 기간이 천천히 삶 속에 녹아 흐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