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톨스토이의 <사람을 무엇으로 사는가> 책을 읽고 독서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의정부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오신 강사님(국어선생님)께서는 학생이 바쁜 수업을 3시간 동안 몸소 보여주셨다. 지금까지 연수들이 다 재밌고 유익했는데 독서토론 하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오지 생각이 들 만큼 빠르게 흘러갔다. 서먹함을 뚫고 친해진 선생님들과 가깝게 앉았는데 강사님은 모둠별 활동을 하실 때 이 모든 조합을 깨뜨려 놓으셨다.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이 다른 모둠으로 이동을 했다. 그렇게 3번 만에 완전히 새로운 조합이 탄생했다. 어색함과 웃음, 긴장이 오고 가는데 각 모둠원을 한 명도 빠짐없이 역할을 주셨다. 1번 모둠원은 사회자, 2번 모둠원은 발표자, 3번 모둠원은 기록이, 4번 모둠원은 숨은 미션 제시 및 리액션 담당이었다. 발표자와 기록 담당을 제외하고 사회자와 모둠원은 따로 밖으로 불러서 미션을 제시하셨다. 후에 왜 따로 불러내서 말했는지 의도를 물었을 때는 전체가 있는 곳에서 설명하면 아이들이 집중을 잘 못해서 놓치게 된다.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하면 본인이 역할을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집중을 더 하며 듣는 효과가 있다고 하셨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책을 읽고 10가지 질문에 답을 해온 것을 서로 나눴다. 그리고 모둠별로 궁금한 점 10가지 질문을 만들고 발표자가 그중 2가지를 전체 앞에서 발표를 했다. 즉문즉답 형식으로 질문에 강사님께서 대답을 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미 이전에도 읽었었고 유명한 고전인 짧은 이 소설책이 이렇게나 다양한 관점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 크게 와닿았다. 한 선생님은 우리가 별명을 붙여주기를 “톨스토이의 금쪽이” 이셨는데 생각도 못한 질문을 하셨다. ‘미하일이 천사가 아니었고 그냥 보통의 사람이었으면 이 작품이 이만큼 파급효과가 컸을까? 타락한 천사였고 능력이 있어서 밥벌이를 했고 선지자적인 역할을 했기에 사람들에게 감명을 더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했다. 또 구두 주문제작을 맡겼던 부자가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급사한 사건에 대해 ‘부자를 왜 이렇게 빨리 죽인 것인가? 현시대로 보면 부자는 최선을 다해 돈을 모았고, 자기 수준에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누렸고 (양질의 재료로 신발 주문제작) 그에 합당한 대가도 합리적으로 지불했던 사람이 아니었나? 미래를 알 수 없는 인간에 불과했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자신을 위해 잘 살았던 것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나눴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비록 톨스토이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와는 동떨어졌을지는 몰라도 현대인의 시선으로 또 다르게 다가왔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주인공 시몬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비칠지는 몰라도 그의 아내인 마트료나에게는 참 폭폭 한 남편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에게 너무나 잘하는 사람이라서, 집안의 생계를 거의 다 마트료나가 도맡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모둠은 현실적인 질문을 하나 더 만들었다. ‘도대체 마트료나는 왜 이런 남자와 결혼했는가? 이것이 올바른 결혼생활인가?’ 그 외에 다른 모둠에서 나왔던 질문들은 ‘강사님은 왜 이 책을 독서토론 책으로 선정하셨는지?’ ‘비종교인이 보기에 이 책이 거북스럽지는 않을지?’ 등 다양한 질문이 오고 갔다. 강사님이 참 멋졌던 건 그 어떤 질문에도 즉답을 하셨는데 그 답이 참 현명하고 머리를 띵 울리는 띵언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인생의 후반부에서 느낄 수 있는 통찰력이 돋보였던 강사님이었다. 사적인 이 공간에서만 하는 말이지만 흰머리 희끗하시고 옷도 제일 후줄근하게 입고 오신 이 강사님이 바로 내 이상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싱글맘인 나에게 다시 한번 연애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이 강사님 같은 내면의 깊이가 있는 분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연수원에 와서 이상형을 만날 줄이야^^
연수원에서 단체로 현장체험학습도 갔다. 그런데 현장체험학습 내용과 코스가 정확히 한 달 전 우리 학교에서 갔던 코스와 일치했다. 안전체험관을 갔다가 근처 테마파크에서 점심을 먹고 (식사 메뉴도 똑같았음) 오후에 요리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안전체험관도 저학년 아이들이 많이 하는 재난 안전 체험을 했는데 1학년 아이들이 했던 코스 그대로였다. 아이들 활동하는 것을 인솔만 하다가 내가 직접 하게 되니 민망하고 스스로가 학생이 된 것 같아 웃기기도 했다. 지진 대피 활동이나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느끼는 활동은 스릴이 있었는데 왜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소리를 꺅꺅 질러댔는지 공감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솔 선생님들로 모인 시간이라 겉으로는 선생님들 모두 점잖았긴 했지만 말이다. 오후 요리 활동에서 활동을 안내하는 그곳 강사님의 멘트와 내용도 토씨하나 안 빠뜨리고 그대로 여서 요리 활동 중 모둠 선생님들한테 “그다음엔 이 활동을 하는데 다 쓴 도구는 여기에 놓으면 돼요.”라고 몸소 본을 보이며 ’ 선행학습이 이렇게나 중요하네.‘라는 주변 선생님들의 말을 들었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는 평소 대화할 기회가 없었던 선생님들과 간단한 대화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점점 연수원 선생님들과 정이 들어가는데 이제 연수는 이틀이 남았다. 그리고 곧 개학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 조금 민망하지만 연수원 선생님들 모두 아름다운 청춘들로 보였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나만의 영역을 찾고 싶은 전문성에 눈을 뜬 경력 5년 차 이상의 선생님들.... 언젠가는 현장에서 또 만날 일이 있을 것 같다. 내일은 결강계를 썼다. 아이 어린이집에서 안전체험관을 가서 물놀이 안전을 체험하러 간다는데 5세 아이들 씻기는 것을 도와줄 학부모 일일 도우미를 모집해서 참여하려고 신청을 했다. 그래서 오늘 갔던 안전체험관을 내일 또 온다^^ 아이도 나도 같은 날 활동했으면 정말 웃겼을 것 같다. 엄마와 딸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란.... 엄마 학생과 어린이집 학생의 애틋한 순간이 생길 뻔했다. 여름방학 배움일지가 곧 끝나가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