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아이들아!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개학날은 언제나 분주하다. 이미 준비한 것들이 무색할 정도로 땀을 한가득 흘리며 당장 해야 할 업무를 맞이한다. 6 학급은 업무가 많다. 깜박 잊고 있다가 2학기 교과서를 배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주문 부수 수량대로 맞게 왔는지 확인한 후, 가져가기 편하게 끈 묶음을 잘라놓고 왔다. 3-4학년은 스스로 가져가도록, 5-6학년은 학생들이 1-2학년 배부도 함께 도와주도록 안내를 드렸다. 그러다가 5학년 선생님께 쪽지를 받았다. 대략 '1학기에 해보니까 내가 교과서 담당인가? 하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었다, 아이들은 보내겠지만 배부 지도는 네가 했으면 좋겠다.'의 내용이었다. 매년 1-2학년 교과서를 5-6학년 선배들이 배부 도와주고 있었고, 그래서 선배들의 수고에 고마운 마음으로 교과서 분배에 도움 준 아이들 간식비를 따로 챙겨주는데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말씀드렸더니 "선생님~ 교과서 배부를 아이들이 하지만 지도하는 것도 많이 힘들다는 걸 아실 거예요. 아무튼 6학년 선생님이 해 주신다고 해서 아이들은 해당 시간에 내려보낼게요."라고 답이 왔다. 아이들의 힘듦을 걱정하신 게 아니라 아이들이 배부를 '잘'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드셨다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1학년 교과서를 보고 이거 들고 1학년 교실에 갔다 놓아달라고 말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니... 본인이 하지 않은 만큼 다른 학년 선생님이 더 일을 한다는 것을 왜 모르실까. 괜찮다고 스스로 잘 다독이고 싶었지만, 아무튼 속이 상하긴 했다. 개학날 아침부터!!!


개학 전에 비장한 마음으로 작성한 표가 있다. 아이들의 행동 패턴과 원인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고 싶어서 학생수 별로 표를 만들고 항목은 '행동-이유-날짜-횟수 '를 넣었다. 1학기에 반복되어 보인 모습도 표에 기록을 하니 한걸음 떨어져서 보이고, 마치 처음 발견한 것처럼 고심해서 적게 되었다. 기록하는 동안 내 감정이 잠잠해지니 생활 지도에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는 효과도 있었다. 또 행동을 적으면서 단어 선택에 신중하게 되었다. 생각 나는 대로 적은 것을 다시 살펴보면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 꽤 많이 들어가 있음을 보았다. 그래서 '서로 약 올림'의 말 대신 '서로 말대답을 하며 약 올리는 듯한 대화를 진행함' 이런 식으로 최대한 내 느낌을 빼고 사실 그대로를 적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학생의 문제 행동이 강점으로 드러나기도 한다고 배웠으니,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잘 발견해 나가야겠다.


교육청에서 수현이(가명)의 심리 검사 결과를 전달받았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이 있나 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펴봤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객관적인 지표로 검사결과가 나오니 추후에 어떤 부분을 지원하고 지도해야 할지 충분히 참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부분이 대부분 맞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정신없는 하루가 흘러갔다.


Ps. 점심시간에 교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조금 늦게 왔는데 돌봄 선생님이 아이들 하교지도를 대신해주셨다. 칠판을 보니 아이들이 써 놓은 편지가 보인다. 귀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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