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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어느 날 잠시 숨 고르기

불청객에게 창가 한 뼘 내어주기

고군분투하던 하루가

성과가 없이 공허함으로 가득 차 마칠 즈음

따사로운 가을 해도 지는 란한 순간


모든 화공연이 끝나고

무대 위 커튼이 닫

푸르던 하늘이 서늘한 어둠으로 내려앉을 즈음


불청객 한분이 조용히

자기 집 창가인 거처럼 한 뼘 남짓  공간을

무심히 차지한다.

불청객의 뒷태

삶의 힘찬 날갯짓에 남의 집일지언정

한 몸 잠시 숨 고르기 하려는 듯

사뿐히 앉아

젖은 깃털 작은 체구의 모습

어찌 삶을 꾸려왔을까


그렇게  잠시 전까지 치열했던

님 발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삶의 고단함을 한 줌 려놓는 듯


어쩌면 다양한 이유들로

고된 삶을 내려놓고

잠시 머물다 가면서도

쉬이 쉬지 못하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세상을 향해 매섭게 날을 세운다


한 뼘 남짓 내어준 공간에서라도

잠시라도 마음 편히 있으라고

쫓지 않고

딸과 조용히 바라만 았건만


내어준 배려가 닿지 않았는지

가야할 곳이 있었는 지

잠시 눈치를 보며

또다시  

이내 친 삶의 터로 날아가 버린다


# 사진 # 새 # 인생

# 휴식 # 쉼 # 흐림 # 가을

# 형식없는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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