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앵님 여기서 주무시면 안 됩니다

저러고 자는 누리

한참 '우다다'를 여지없이 하고 질주하시더니 화장실 잠시 다녀온 사이 조용하다.

사냥놀이하려고 어디 숨었나 찾던 중 희한한 자세로 그렇지만 너무나도 편안하게 주무시는 고앵님 한 분을 보았다.

뭐하나 했더니 저 자세로 주무시는 아가냥 누리
안 졸았던 것처럼 그러나 격하게 졸리다냥

이어 졸릴 때마다 아이들도 재워달라고 잠투정 부리듯 누리도 "야옹" 연신 작은 목소리로 운다.

지금은 잘 때가 아니고 더 놀고 싶어서인지 스스로 깨 보려고 갑자기 눈도 부릅뜨고는 이내 다시 끔벅끔벅 졸기시작한다.

결국엔

세워놓은 냥이 스크레쳐를 배게삼아 기대고 주무심

저러다 목이 꺾일 듯한데 세상 편안하다.

작은 생명의 숨소리만이 정적이 흐르는 거실 가운데 들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저런 불편한 자세로 세상 편안하게 자는 누리를 보며 가족들이 '엄마 재워줘'하는 듯하니 데리고 들어가 자란다.

세상 편안한 잠을 청하시는 누리

그대로 들어서 평소 자는 곳에 사뿐히 내려놓으니 미동도 없이 뻗는다.

신기하게 우리 집 소녀의 신생아 때 모유수유를

하고 수유하다 자주 그대로 뻗고 잠이 들던  따님의 오래된 수유쿠션을 정리하려고 우연히 꺼내놨었는데 쿠션의 한 부분의 움푹 파인 곳에 누리는 머리를 대고 계속 배게처럼 잠을 청하시니 버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아가냥 베개가 되어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니 따님의 작고 작던 아가 때도 생각나고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집 소녀 아기때 쓰던 수유쿠션을 점령하신 누리

그랬지 우리 집 소녀도 지금은 말 그대로 격동의 사춘기를 보내고 계시지만 저런 작디작은 아가였지, 그때는 건강하게만 잘 커다오 했는데 최근 부모라는 사람들은 그러지 못해 자꾸 트러블이 생겨 마음이 매일 칼로 베이는 듯 에린다.

돌 무렵 아가 따님

아가냥 누리를 보면서도 지금은 그냥 건강히 아프지 말고 잘 커다오 그래서 오랫동안 우리 세상에서 함께하도록 마음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살아 있어야 하고 앞으로 방사선도 잘 이겨내 정성을 다해 건강히 살아내겠다.


#고앵님 #고양이 #아기 #쿠션

#삶 #유방암 재발 #힐링 #감사 #사진 #에세이

매거진의 이전글 어린 왕자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