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소폰과 마음의 울림에 대하여
늦바람처럼, 어느 날 문득 섹소폰을 들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무작정 손에 쥔 악기였다.
하지만 섹소폰은 생각보다 고집이 셌다.
입 안의 미세한 마찰과, 리드와 마우스피스의 섬세한 결합이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리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주 전에 꼭 양치질을 해야 한다.
입 안에 남은 음식물은 끈적한 침으로 이어지고,
그 침은 섹소폰의 패드를 손상시켜 결국 울림을 방해하게 된다.
이처럼 까다로운 악기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섹소폰이 좋다.
한 음을 내는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울리는 듯한 그 진동이 참 좋다.
그리고, 섹소폰에는 아주 특별한 진실이 하나 숨어 있다.
버튼은 음을 위한 안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버튼을 누른다고 해서 정해진 음이 정확히 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치즈버거를 주문했는데 불고기버거가 나오는 것.
그저 웃어넘길 이야기 같지만,
직접 불어본 사람은 안다.
같은 손 모양, 같은 악보를 연주해도
사람마다, 마음마다, 완전히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것을.
그 사실이 나에겐 참 신기했고,
어느새 마음 깊이 와닿았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은가.
눈으로 보이는 세계는 이원적인 시각일 뿐,
마음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삶의 울림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섹소폰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그 음을 먼저 느끼지 않으면,
그 소리는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
나의 선생님, 칠수쌤은 말하셨다.
“섹소폰은 사람과 비슷해서, 울림이 있어야 해요.”
그 말이 처음에는 추상적으로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 울림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요즘 나는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자주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만나고 있는 걸까.
나는 지금 어떤 소리를 세상에 내고 있는 걸까.
어쩌면 우리의 하루하루가
삶이라는 악보에 새겨진 작은 음표들이 아닐까.
마음이 흘러간 방향대로 찍혀버린, 우리만의 발자취.
그래서 나는 오늘의 나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물론 힘들고, 아프고, 외로운 날도 많았지.
그래도 그 모든 걸 껴안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마음 따라 흘러온 그 길 위에서,
너는 정말 잘해왔어.”
https://youtu.be/4B8lOaATjuE?si=V9hY9BSoMxPrqcd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