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알코올중독자 모임, 참관기

그들에게서 사랑을 배우다

by 정우다움

바닥에서 피어오른 사랑의 목소리가 내 가슴을 울린 모임.


AA, 알코올중독자들의 자조 모임.

이곳은 자신이 술에 무력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변화의 의지를 품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다.


나는 알코올중독자는 아니지만, 미리 연락을 드려 참관의 허락을 받고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다.

처음엔 사회자가 AA의 12단계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셨고, 이내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AA의 도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다음부터는 각자의 삶을 꺼내어놓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들은 대개 이렇게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알코올중독자 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그러나 용기 있게 삶을 나눈다.


가족과의 갈등, 외로움, 사회에서의 단절, 정신적 고통…

그들이 술에 의지했던 이유는 대부분 삶의 무게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의 과거를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고통의 서사를 나눔으로써,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공감의 공간이 피어났다.


술로 인해 정신병원에 다녀온 사람, 친구 하나 없이 외로움에 술을 끌어안고 살았던 사람, 인터넷에서 “알코올중독자 자가진단”을 검색하다 이 모임을 알게 된 사람들까지.

이야기를 마친 후, 몇몇은 조용히 눈을 감고, 때론 피곤에 지친 듯 스르르 잠이 들기도 했지만—

그들의 에너지와 존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삶의 정중앙, 숨 쉬는 자리에.


인상 깊었던 건, 많은 이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저는 알코올중독자가 된 것이 오히려 감사합니다.”

“그 덕분에 지금 이 사랑을 만났어요.”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중독의 고통이 감사로 바뀔 수 있을까?


그러나 곧 깨달았다.

그들은 ‘스스로가 바닥이었음에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사람들이었다.

그 절망이 없었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오른 사랑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삶이 무너졌기 때문에 오히려 사랑의 기초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임사 체험을 겪은 사람들과도 닮아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돌아온 이들이, 평범한 숨결 하나에도 감사를 느끼며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이들 역시 ‘무너짐’ 속에서 ‘다시 일어섬’을 배운 것이다.


모임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으로 함께 기도문을 낭독했다.

그 순간은 고요하고도 강한 울림으로 가슴에 닿았다.


God,

give us grace to accept with seren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that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he one from the other.


주여,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AA 모임은 단순히 술을 끊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건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든, 누구에게든 도달할 수 있다는 증거였다.

그들이 들려준 삶의 고백은, ‘회복’이라는 단어보다 더 깊은 자기 수용과 용서의 언어였다.


나는 술에 굴복하진 않았지만,

내 삶의 감정에 굴복했음을 시인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그들처럼, 나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자신을 넘어선 사랑의 에너지로

조용히 세상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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