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양사 겨울 눈 내린 풍경)
하늘빛이 서늘해지는 계절이면 산사의 풍경도 조금씩 깊어진다. 나뭇가지 끝에 맺힌 찬 기운은 다가올 하얀 순간을 예고하듯 고요히 머물고, 계곡물 소리마저 낮게 깔려 겨울의 결을 만든다.
길을 따라 서 있는 나무들은 오래된 시간을 품은 듯 묵묵히 서 있고, 천천히 걸음을 옮길수록 이 계절이 왜 특별한지 자연스레 느껴진다.
눈이 쌓이면 더욱 빛난다고 전해지는 이곳의 겨울은, 곧 다가올 또 다른 장면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양사 겨울 눈 내린 풍경)
백양사는 내장산 국립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사찰로, 오래전 백제 무왕 때부터 이곳을 지켜온 고찰로 알려져 있다.
사찰을 감싸는 거대한 바위와 그 아래로 흐르는 차가운 계곡물은 사계절 내내 변주하듯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겨울이 오면 주변 수목이 고요한 설경으로 변해 절집의 구조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양사 겨울 눈 내린 풍경)
사천왕문과 대웅전, 극락보전 등은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으며 그 역사적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입구로 향하는 숲길에는 갈참나무와 단풍나무가 가지를 벌리고 서 있는데, 눈이 내리는 날이면 그 모습이 눈꽃 터널처럼 바뀐다.
이 길을 지나면 가장 먼저 만나는 쌍계루가 단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앞쪽 연못은 겨울이면 얼음이 맺혀 그 위로 바람이 설핏 지나가고, 웅장한 절벽이 뒤편에 병풍처럼 서 있어 한 폭의 겨울 그림을 완성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양사 겨울 눈 내린 풍경)
쌍계루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대웅전과 극락보전, 부도탑이 차례로 나타난다. 눈이 내릴 때는 지붕 위에 차곡이 쌓인 하얀 결이 사찰의 곡선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내며 경건한 분위기를 만든다.
과거 이곳은 백암사로 불리다가 시대 변화에 따라 이름이 바뀌었고, 조선 시기 한 승려가 불경을 읽을 때마다 흰 양이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이곳에서 수행하던 고승들의 흔적도 깊다. 근대에 이르러서도 여러 종정들이 머물며 선도량의 중심 역할을 했고, 그 정신은 지금도 사찰 곳곳에 남아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양사 겨울 눈 내린 풍경)
사찰 뒤편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약사암과 운문암, 천진암 같은 암자들이 숨어 있는데, 특히 약사암에서는 백양사의 전경이 산세 사이로 내려다보여 전망대로 손꼽힌다.
절 주변에는 비자나무 군락이 자리해 있다. 늘 푸른 잎을 유지하는 비자나무가 수천 그루 모여 있어 한겨울에도 초록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수백 년 된 갈참나무와 고로쇠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선 구간은 숲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깊은 산림욕이 된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나무줄기 사이로 피어오르는 하얀 숨결이 이 길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양사 겨울 눈 내린 풍경)
백양사는 평소에도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하지만, 겨울 설경이 더해질 때 비로소 가장 특별한 모습을 드러낸다.
연못에 얼음이 내려앉고, 쌍계루 주변에 흩날리는 눈발이 사찰의 선을 부드럽게 감싸면 오래된 산사가 지닌 고요함이 깊게 전해진다.
백학봉의 기암 절벽이 눈의 무게를 이고 서 있을 때, 그 풍경은 마치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하는 듯하다.
아직 눈이 찾아오지 않은 지금, 백양사는 그 조용한 기다림 속에서 겨울의 깊이를 품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양사 겨울 눈 내린 풍경)
다가올 첫눈이 쌓이면 절집의 기와, 산길의 나무들, 계곡의 돌 하나까지 모두 한결 맑아지며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무거운 발걸음보다 천천히 걷는 여유가 더 잘 어울리는 이곳에서는 겨울이 들려주는 정적의 아름다움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올겨울, 첫눈 소식이 들려오면 가장 먼저 찾고 싶은 사찰로 백양사가 손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