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제주 한라산 겨울 눈 내린 풍경)
한겨울의 산은 늘 조용한 숨결을 품고 다가온다. 흩날리는 눈발이 소리를 누르고, 바람조차 속삭이듯 불어오는 순간 길 위의 시간은 조금씩 느려진다.
그 고요 속에서 시니어 여행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겨울이 만들어낸 특별한 장면이다. 하얀 능선이 끝없이 이어지는 그 비밀스러운 풍경, 그곳으로 향하는 길의 정점을 한라산이 품고 있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설경의 매력은 결국 겨울 여행의 이유가 되어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제주 한라산 겨울 눈 내린 풍경)
한라산은 오래전부터 ‘은하수를 끌어당길 만큼 높다’는 의미를 지닌 이름으로 불려왔다고 전해진다.
예부터 신선이 머무는 산이라 하여 영주산으로도 알려졌으며, 금강산·지리산과 함께 삼신산으로 꼽혀왔다고 설명된다.
제주도의 중심부에 자리한 이 산은 신생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후 약 2만 5천 년 전까지 분화를 이어왔고, 그 흔적은 주변에 흩어진 수많은 오름들로 오늘날까지도 이어진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제주 한라산 겨울 눈 내린 풍경)
눈이 내려앉은 왕관능의 너른 어깨와 계곡 깊숙이 숨은 폭포, 그리고 설문대 할머니 전설을 품은 영실기암은 겨울에 더욱 선명한 윤곽을 드러낸다.
한라산은 온대에서 한대 기후대까지 식물대가 겹겹이 나타나는 독특한 특성을 지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 보고로 평가된다.
눈으로 덮인 능선 사이로 이런 생태적 가치가 더해져 겨울 산행의 깊이는 한층 더 높아진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제주 한라산 겨울 눈 내린 풍경)
정상부에 자리한 백록담은 남북 방향으로 대략 수백 미터 길이를 지닌 타원형 화구호로, 거의 침식되지 않은 순상 화산의 원형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하얗게 쌓인 눈이 여름까지 잔설로 남아 ‘녹담만설’이라 불리는 장면을 만들며 영주 12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장마철에는 집중호우로 물이 차올라 화구호 대부분이 잠기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맑게 갠 날이면 분지에 노루들이 내려와 물을 마시는 모습도 종종 목격되며, 이는 전설 속 흰 노루의 후손이라 전해지는 개체들이 구상나무 숲을 터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제주 한라산 겨울 눈 내린 풍경)
정상 주변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무로 알려진 돌매화나무를 비롯해 한라솜다리, 섬매자나무 등 여러 희귀 식생이 자라 고산 생태의 특별함을 보여준다.
백록담에 닿기 위한 길은 성판악과 관음사 두 탐방로다. 성판악은 약 9.6km 거리로 비교적 완만해 편도 4시간 30분 정도가 걸리고, 관음사는 길이는 짧지만 경사가 더 가팔라 약 5시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풍경을 중시하는 이들이 관음사를 선택하는 이유도 이런 지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제주 한라산 겨울 눈 내린 풍경)
백록담을 향하는 길은 국립공원 내 지정 탐방로로만 움직일 수 있어 예약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2025년 12월부터는 입산 시간이 두 구간으로 조정되었으며 성판악과 관음사 모두 이른 새벽부터 정해진 시간 내에만 탐방이 가능하다.
예약은 매월 첫 업무일 오전에 열리며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미방문 시 패널티가 적용되므로 일정 관리가 중요하다.
겨울 산행에서 자주 언급되는 문제 중 하나는 주차다. 2026년부터는 시간제 요금제가 도입되어 승용차 기준 첫 1시간 이후 20분마다 요금이 추가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제주 한라산 겨울 눈 내린 풍경)
기존에 제공되던 만 65세 이상 감면 혜택도 종료되어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숙소에서 탐방로까지 셔틀을 운영하는 곳도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라산은 화산섬 제주 한가운데 우뚝 솟아 겨울빛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산이다. 설경의 절정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예약 일정과 기상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준비된 겨울 산행은 결국 눈부신 백록담 풍경과 함께 오래 남는 여행의 순간을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