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아빠 전교 1등 아들 만들기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을 나가신 후 내 위에 세 살 많은 형이 학교를 가면 나는 늘 집에서 혼자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렸다. 예전에는 5시부터인가? 그때 텔레비전이 시작되었다. 5시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거는 집에서 혼자 있는 거였다. 아침에 동네 또래 친구들은 유치원에 갔다.
친구들이 들고 다니는 노란색 유치원 가방이 갖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가질 수가 없었다. 어머니한테 보내달라고 해도 보내주시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태권도 학원을 보내달라고 하면 어머니는 태권도 배우면 키가 안 큰다더라, 피아노 학원을 보내달라고 하면 피아노는 여자애들이나 치는 거야, 미술 학원에 보내달라고 하면 그림 그리면 나중에 밥 굶기 딱 좋다고 항상 거절을 하셨다. 부모님은 나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셨다. 어린 그 시절에도 과외라는 게 있었고 아무리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라 해도 동네 학원들이 그때도 있었다는 게 지금 생각해 보면 대단하기까지 하다. 지금이야 먹고살기 빠듯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린 나는 항상 불만이었다. 그때의 불만을 서른 중반 때까지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았던 거 같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낮에 내가 많이 하던 행위는 누워서 형광등 불빛을 보며 이 생각 저 생각 상상을 하며 낮잠을 자던 게 나의 유일한 취미 생활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나는 혼자 이 생각 저 생각 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다. 국민학교 때 학교에 야구부가 있었다. 키가 좀 컸던 나를 매일 쳐다보던 야구 감독님이 너희 집 어디냐고 물어보셨던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 집에 찾아오셔서 아드님 야구 한번 시켜 보시라고 한 적이 있지만 어머니는 그때도 거절을 하시며, 이 아이는 공부로 성공할 아이라고 하시며 끝내 야구를 시키지 않으셨다. 어머니께서 사람을 잘 못 보신다. 시간이 흘러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공을 뿌리고 있을 때 내가 야구를 했었더라면 혹시 내가 저 자리에 서 있지 않았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던 기억이 난다. 친형은 농구를 잘한다. 형도 가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 같다. 박진영이라는 가수가 있다. 모 방송프로에서 어머니가 어렸을 때 피아노를 가르쳐 주지 않으셨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더라. 나도 피아노를 배웠으면 박진영처럼 멋진 곡을 쓸 수 있었을까?
영화감독 장진이 tv에서 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나와 비슷하게 단칸방에서 혼자 집에서 상상을 하며 놀았다고 했다. 저 사람은 저런 어린 시절을 발판 삼아 저렇게 유명한 감독이 되었는데 나는 이 모양 이 꼴이라니… 스스로 자기 비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어릴 적 결핍이 누군가에게는 성공의 발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실패의 원인이 되는 거 같다. 여기서 나는 남 탓을 하려는 게 아닌 누군가는 굳이 찾아서 여러 가지 경험을 시켜 주지 않아도 혼자 우뚝 설 수도 있고, 누군가는 조금 더 아는 사람이 찾아서 기회를 만들어 주면, 좀 더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너는 꿈이 뭐니? 꿈이 나는 없었다. 목표도 없었고 희망도 없었다.
자 여기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은 꿈이 있으신가? 꿈은 거창하다. 조금 낮춰서 목표가 있으신가? 어릴 적 나는 목표도 없었다.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몰랐다.
"아빠 나는 축구 선수로 성공할 거예요 축구를 하게 해주세요!" (박지성), "엄마 나는 피겨로 성공할 거예요! ~ 피겨 좀 시켜주세요!" (김연아). 이런 친구들은 많지 않다.
어릴 적부터 하나의 목표를 정해 10년 이상 기술을 갈고닦아 최고의 경지에 오른다? 이건 취권 같은 영화에서나 보던 부모의 원수를 갚아 악을 물리치고 목표를 정해 성공한다는 판타지 소설 같은 이야기 아닌가?
어릴 적 나는 꿈도 희망도 없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열에 아홉은 나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학원을 보내라는 말은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좋으니 내 자식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사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어릴 적 우리들은, 다 큰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는 무얼 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스스로 알기 어렵다. 무언가를 경험해 보고 노력해 보고 실패도 해보면서 나는 이걸 잘하네! ~ 나는 이걸 못하네!를 스스로 경험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는 처음부터 테니스를 했었던 게 아니라고 한다. 여기저기 이것저것 다양한 운동들을 하다가 테니스가 나에게 가장 맞는 거 같은 데?로 선택한 경우지, 처음부터 엄마 나는 테니스 선수가 될꺼야가 아니었단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들을 학원에 보냈다. 나의 부모는 학원을 안 보냈지만 내 아들은 학원에 보내리라! ~
나는 아들에게 처음에 물어본다. 뭐 하고 싶니? 그럼 아들은 몰라!
합기도 학원을 보냈다. 두 달 만에 관장한테 아들이 침을 뱉고 그만두었다. (이때 당시 아들이 침을 뱉는 습관이 있었다. 아이 키워 보신 분들은 아시리라) 수영을 보냈다. 또래 친구들 보다 뒤처지는 자신을 보고 수영을 그만두었다.
미술 학원에 보냈다. 처음에는 자기가 천재인 거 같다고 말을 하더니 두 달을 다니고 그만두었다. 배드민턴을 보냈다. 자기보다 키가 작은 친구가 자기보다 배드민턴을 잘 치는 게 싫었던지 한 달 다니고 그만두었다.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선생님이 자신에게 화를 낸다며 그만두었다. 피아노는 나의 오랜 소망이 깃든 어릴 적 해보고 싶던 로망이라, 다니기 싫다는 데도 설득과 설득을 해가면 꾸역꾸역 2년을 보냈다.) 축구를 시켰다. 한 달 다니고 그만두었다. 농구를 시켰다. 두 달 다니고 그만두었다. 아들은 이거 하고 싶어 가 없던 아이다. 너 이거 한번 해볼래?로 억지로 등을 떠밀며 학원을 보냈다. 억지로 무언가를 아이에게 강요를 하면 안 된다 가 내 오랜 지론이라 아이가 그만두고 싶어 할 때면 대부분 그만두게 했다. 그러다 보니 사교육에 사실 돈이 얼마 안 들었다. 오래 한 게 있어야지 돈이 꾸준히 들어갔을 텐데, 아들이 효자인지 부모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인지 항상 몇 개월 다니고 모든 걸 다 그만두었다. 아빠는 너에게 무언가는 해주려고 노력은 했다에... 흔적은 남기려 시도는 했던, 변명거리는 만들어 놓으려 했었던, 잔머리를 굴리는 부모였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야구를 시키고 싶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아들이 돌 때 일부러 야구공을 아들 옆에 놔두고 야구공을 집어 들게 했던 내가 아니더냐? 자 때가 되었다. 아들을 전설의 왼손 강속구 투수로 기필코 만들고야 말겠다. 그래서 아는 지인을 통해 실제 lg트윈스 프로야구 선수를 만나 이런저런 자문도 구하고 했었다. 하지만 아들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아빠 난 야구공이 무서워! ~
아차차! 나는 꿈을 포기했다.
그날 이후로 야구 얘기는 아들에게 하지 않는다. 부모가 시키면 아이는 하기 싫어한다. 오죽했으면 청개구리 이야기가 나왔겠는가?
그래서 나는 강요하지 않는다. 돗자리를 깔아는 줄 수 있어도 억지로 거기에 앉게는 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기회는 열어주려고 했다. 요즘 사교육비가 장난 아닌 거 다들 아시리라 생각 든다. 이해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때 한두 개 정도라도 아이에게 경험시켜 주는 걸 추천드리고 싶다. 안 해보면 모른다. 내가 이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심지어 좋아하던 것도 10년 넘게 하고 지긋지긋하다고 그만두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우리는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해 봐야 하고 본인 스스로 무엇을 내가 하고 싶은지, 무엇을 내가 좋아하는지, 잘하는지를 판단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이 스스로 찾는 날이 언젠가는 온다는 걸 나는 믿는다. 중학교 2년 때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만두었던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 아! ~ 그때 피아노를 계속 칠걸" 이런다.
중간고사 시험 기간인데도 하루 종일 피아노를 치던 아들의 그 열정적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악기를 다를 줄 아는 게 없다. 그 흔한 통기타조차도 코드 몇 개 외운 거 말고는 없다. 어른이 되었을 때 악기 하나 정도는 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피아노를 가르쳤다. 피아노를 치고 싶은 아빠의 대리 만족을 아들에게 강요를 했는데 결과는 대성공! 내 아들은 피아노를 칠 줄 안다.
나는 그거로 만족한다. 노래를 잘해서 가수가 돼야 하고 피아노를 잘 쳐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하는가? 할 줄 아는 거 경험해서 아는 거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저걸 해봐서 할 줄 알아! ~ 내가 이걸 못하는 건 안 해봐서 그래! ~ 나도 해보면 어느 정도까지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바란다. 난 축구 못해! ~ 내 발은 개발이야! ~로 단정 짓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난 축구를 안 해봐서 지금 조금 서툴러, 하지만 내가 조금만 연습하면 나도 어느 정도는 잘 할 수 있다는 마인드의 차이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아이들은 쉽게 흥미를 갖고 쉽게 포기를 할 거다.
아이들은? 아니 우리 인간은 (어른도 예외는 아니지 않는가?) 항상 포기한다. 그리고 또 도전하고 포기하고를 반복하지 않던가?
포기할 때 감사하자! 돈이 굳었다.
그때마다 격려해 주고 다른 거를 한번 찾아보자고 독려하자! ~
어딘가에 있을 수 있는 보물을 찾아 떠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