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 빠진 돼지...1

by 김석철




손가락 두 개를 잃었다.

아차 순간 육중한 프레스기가 앗아간 손가락 두 개의 가격은 7,000만 원이었다.


늙은 아버지의 통장에 손을 댔다.

평생 노가다판을 돌며 아득바득 한 두 푼 모은 돈 5,000만 원이었다.


후배 두 놈이 죽이 맞아 경마장에서 날려먹은 손가락과 장롱 깊숙이 꼬불쳐 둔 아비의 초상비였다.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새끼들이었다.

어디 보태줄 데가 없어 손가락 잘려 병신 소리 듣는 대가로 받은 보상비와 억장이 무너진 아버지를 등져가면서까지 등 따신 한국 마사회 배를 불려주나.

돈이 아쉬우면 사지가 멀쩡한 놈들이 열심히 일을 할 생각을 해야지. 일은 죽어도 하기는 싫고, 돈은 만지고 싶고...

그런 족속들을, '불.한.당'이라고 하는 거다.

아니 불, 땀 한, 무리 당!


그 불한당 새끼들 중에는 내 막냇동생 놈도 껴 있다. 택시나 열심히 몰지, 노름에 빠져 날마다 사납금 탈탈 다 털리고 빚더미에 앉더니 결국 착한 제수씨에게 이혼을 당하고 생때같은 어린 아들레미와도 남이 되고 말았다.

그 후로 사람이 됐을 거 같은가?

손모가지를 잘라봐라, 노름하는 놈이 손을 씻는지. 마누라 팔아서라도 한다. 깨평 받은 돈으로 판에 또 끼어드는 게 노름꾼들의 정신세계다. 그냥 깨끗이 죽여버려야 더 이상 노름판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소위 하우스라고 불리는, 판을 붙이고 구전을 뜯어먹는 도박장에는 박카스도 비싸게 팔아 처먹지만 즉석에서 판돈을 빌려주는 고리대금업을 한다. 쪽박 차고 거덜이 나면 자동차 같은 고가의 물품을 할부로 사게 한 뒤 그 물품을 담보로 눈탱이를 치는 방법도 있다. 뚜쟁이 하우스장이 돈을 빼먹는 수법은 실로 다양하다. 그래서 서로 홀딱 벗고 노름을 해도 정작 돈을 땄다는 놈이 없는 거다.


노름꾼 막내는 도박빚에 못 이겨 어디론가 도망을 친 후로 근 삼십 년 가량을 행방불명 상태다. 발목에 돌을 매달고 으슥한 저수지 깊은 바닥에 가라앉았을 수도 있고, 콩팥이며 안구가 소리 소문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식 됐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삼십 년을 넘게 완벽한 잠수가 가능하겠나.

불같은 아버지 몰래 막내의 노름빚을 몇 차례 대신 갚아쥤던 어머니가 지금도 잊힐만하면 묻는다. 어디서 뒈졋는지 살았는지 경찰서에 좀 알아보라고. 꼬꾸라지면 경찰이 신원 확인차 어련히 먼저 연락을 할까, 어딘가 살아는 있을 거라 말은 해주지만 사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비대한 몸집과 식탐으로 인해 '돼지'란 별명을 달고 사는 기마이 좋은 지인 동생이 야반도주를 한 후 반년만에 변사체로 발견이 되었다. 사인은 낚시 중 실족사라는데, 테트라포드에서 발견이 되었다고 했다. 유족들의 말로는 석연챦은 구석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했다. 발견 당시 신분을 증명할 지갑이나 휴대폰조차 없었고, 낚시 복장이 아닌 운동화 차림의 평상시 옷, 무엇보다 멍 자국 같은 반점도 곳곳에 보이더란 것이었다. 검시 결과 멍자국은 파도에 쓸려 생긴 단순 타박상이라 결론이 내려졌고, 도주의 정황상 차림새에도 의심의 여지는 없다는 경찰 측 의견이었다. 그 누구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보나 마나 후딱 사후 처리하고 발을 빼고 싶었을 것이다.

빈소는 예상대로 한산하고 을씨년스러웠다.

노름꾼의 말로다운 궁상맞은 초라함만 남아있는 주검이었다. 상주인 동생조차도 마치 귀찮은 짐을 떠안았다는 듯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주워들은 풍문에 의하면, 기 천만 원대에 이르는 노름빚으로 사체업자에게 매월 650만 원씩 갚아나가기로 서약서를 써줬다고 했다. 공사대금을 받는 족족 사체업자에게 빨려 들어갔으니, 인건비에 외상 대금까지 빚은 빚대로 불어났고, 공사현장은 늘 삐걱대며 사흘이 멀다 하고 스톱이 되었다.


돼지가 결국 우물에 빠졌다.

허우적댈수록 더 깊이 내려갔다. 예견된 종착지는 정작 본인만 몰랐다. 어쩌면 설령 알았어도 발을 빼지는 못했을지 모른다. 호구 속으로 제 발로 기어들어가는 호구를 가만히 두고 볼 노름꾼들이 어딨겠나.

서로가 개미지옥에 빠져있음에도 본인만큼은 포식자인 개미귀신으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판, 노름판때기 생리가 그렇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조의금을 수금하러 온 건달 두 놈이 웃고 있었다.

개미귀신은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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