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불놀이

by 김석철



우선 깡통이 필요하다. 고등어나 황도복숭아 통조림 깡통이면 십 문 칠 그지그만이다.

막상 개똥도 약에 쓸려면(도대체 어떤 지랄 맞은 병이길래 개똥이 약이 되는건지 어이가 없다 ) 보이지 않는다고 촌구석에서 깡통을 구하기란 그리 만만치는 않다.

삼 미터 가량의 철사도 필요하고 깡통에 구멍을 뚫을 대못도 있어야 하는데 기다리는 엿장수는 정작 아쉬울 때는 꼬라지도 보이지를 않는다. 그래서 엿장수 맘대로 란 말이 생긴건지 모르겠다. 어디로 향할 지, 엿가위는 몇 박자로 까불지, 미운녀석 고운녀석 엿가락은 몇 토막이나 잘라 줄지 엿장수 내키는대로다.

이러구러 어렵사리 구했다고 치자.

숯불을 담을 깡통의 옆구리에 무수한 구멍을 뚫고 철사줄도 야무지게 옭아매야 한다. 썰매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형아나 삼촌이 뒷배로 빵빵하게 버텨주는 친구들은 어깨힘이 저절로 들어가 유세 꽤나 떨 절호의 기회다. 내 사촌 형은 명색이 직업이 스끼다 목수였지만, 자고로 미쟁이 집에 담벼락이 자빠지고 목수집에 서까래가 무너진다고 집구석에서는 망치 한번 드는 꼴을 보지 못했다. 이모는 그런 사촌형을 벅수같은 놈이라고 자나깨나 악담을 퍼부었는데 벅수가 뭔 뜻인줄도 몰랐지만 참 잘 어울리는 욕이라고 생각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땅바닥에 눕힌 깡통 옆구리에 대못을 곧추세우고서 잘 야린 다음 망치를 내려친다.

하이고, 조졌다.

아차 순간에 껄뱅이 동냥 깡통처럼 움쑥 짜부라 든다. 고등어통인지 가자미통인지 당최 알 길이 없어질 즈음에야 건들건들 나타난 사촌형이 궁댕이를 걷어찬다. 저리 비키라. 빙시맹키로 이런 거도 하나 지대로 몬하나.

깡통 직경과 얼추 비슷한 나무 동가리를 베어와 통 속으로 밀어 넣고서는 너무도 깔끔하고 간단하게 구멍을 송송 뚫어버렸다.

대가리는 엇다 쓸라꼬 달고 다니노? 무게 중심 잡을라꼬? 장식용이가?

용식이, 학수, 영민아...

쥐불놀이 가자!

그믐밤에 머끄댕이를 꼬실 녀석은 과연 누굴까?


음력 정월 대보름.

달집 태우기 행사 현수막이 초등학교 한 길가에 큼지막히 걸렸다. 액을 태우고 안녕을 소원하는 망월굿판이 한바탕 어울리면 달집을 삼키는 불꽃이 하늘 끝까지 불티와 함께 다닿을 것이다.

보고픈 얼굴들, 그 사무치는 그리움을 싣고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어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 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천년만년 살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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