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소설작가, 11살 김연두씨

by 연두씨

연두씨가 초등학생일 시절, 연두는 블로그에 팬픽을 연재하는 작가였다.


Fanfic, 팬픽션, 특정 작품이나 인물의 팬덤이 창작하는 2차 창작물을 의미한다. 쉽게말해서 연두씨는 연예인 A씨를 주인공으로 하는 인터넷 소설을 썼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도서관과 서점에서 나는 8번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부모님은 내가 독서편식을 하지 않길 원하셨고 조금이나마 여러 도서를 권하시기도 했으나, 어린 나는 소설책이 주는 각각의 독특한 맛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의 책을 덮고 또다른 책을 넘기면 전혀 새로운 향기가 나는 세상이 펼쳐졌다. 아마 그때의 나도 mbti검사를 하면 대문자 N이었겠지.


딱히 일기를 성실하게 쓰는 아이는 아니었다. 다만 친구들과 교환일기를 주고받으며 상상한 것을 글로 적고, 누군가에게 보여졌을때 돌아오는 리액션들이 즐거웠던 것이다. 어느날은 성인이 된 내가 일기를 쓰기도, 언제에는 친구와 역할놀이를 하며 내가 아닌 다른사람이 되어보기도 했었다.

그러다 어느날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돌 A를 따라 알게된 나는 곧 온갖 영상과 사진을 찾아보게 되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편히 보았을테지만 그때는 유일한 방법인 집 컴퓨터를 사수하기 위해서 혈육과 피나는 사투를 벌였었지.

그리고 소설만 읽는것을 좋아하던 연두는 곧 인터넷 소설을 알게되고- 수동적으로 문장을 읽고 사건을 상상하기를 지나, 넘쳐나는 상상력을 손으로 옮겨 쓰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팬픽의 내용은 이렇다.


아니 사실 팬픽의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읽어봤자 단순하고 흔한 주제인다가, 당시에 나는 대학생들의 일상을 썼는데 제대로된 사전조사가 없었는지, 주인공이 말도안되는 엉망진창 대학교를 다니고 있더라. 말하려는 내용과 일체 관련이 없고 사실은 말하기 부끄럽다..


아무튼 어린이 연두가 연재하는 팬픽은 제법 인기가 있었다. ooo 소설, ooo 팬픽을 검색창에 치면 1페이지에 상위노출되었고, 하루에 연두의 블로그를 드나드는 today는 몇백명을 넘고 댓글 몇십개가 달리곤 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만큼 나는 유년시절부터 떡잎이 남달랐다 뭐 이런 말이 아니다. 남에게 말못할 조금은 유치한 과거가 단순히 웃긴것 같아서도 아니다.

잊고있다가 어느날 떠오른 11살 인터넷 연재시절 이후로는, 무엇이든 그때만큼이나 열정적으로 스스로 해낸일이 없다는걸 깨닫고 놀랐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것은(지금도 그렇지만) 제법 시간이 들고 귀찮은 일이었다. 하나를 쓰는데 짧으면 몇시간, 길면 일주일동안 고민하기도 했었지.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돈이 들어오지도 않았고(지금이었으면 광고라는 개념이라도 있었을테지) 그런데도 2년 정도의 제법 꾸준히 심지어 진심을 다해 즐겼다.

내가 올린글을 얼굴모르는 이들이 읽고 재밌다고 칭찬해주고, 어서 다음화를 내놓아라 농담하면 막 행복했다.


그래, 나는 그때부터 글을 썼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꼭 글이 아니더라도 그 재미있었던 기억을 꽉붙잡고 인생의 방향을 잡으면 어떻게 살아왔을까?


어쩌면 나는 지금 너무 적당히 행복한게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평범한것도 어렵다고 그랬다. 차마 동의하지 않을수 없지.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11살의 연두가 부러워졌다. 내가 그친구처럼 진정으로 소설쓰기를, 어떤 행위를, 삶을 즐기며 시간보내고 싶다.

그래서 자꾸만 26살의 연두는 지금 나의 소설은 뭔지 자꾸 찾고있나보다.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조금 유치하더라도 돌아보면 가장 열정적이었던 행위, 어떤 사람 또는 시간이 있다면 한번쯤 추억여행을 하고 그때의 우리를 또는 지금의 나를 응원하는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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