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부러워

체력이 부족해

by 원빌리
내가 10년만 젊었더라면

내가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애들이 어느 정도 컸다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하루에 5시간이면 많이 자는 편이다. 장거리 출퇴근이라 일찍 나서야 하고 퇴근하면 애들 뒤치다꺼리에, 집안일에, 운동까지 뭐 하나 빼먹으면 다음날 밀린 숙제를 이행해야 한다. 숙제까지 또 밀리면 폭탄 돌리기 처럼 그 한주는 내내 뭔가가 어수선한 느낌으로 지내게 된다.


최근 고향친구가 결혼 소식을 전해 오면서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데, 뭐 하고 있냐고 물으면 밥도 안 먹고 안 씻고 힘들어서 2시간 동안 누워있다고 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밥부터 먹고 소화시킬 겸 설거지하고 집안 정리라던지 빨래를 돌리고 소화 됐으면 헬스장 가서 가볍게 30분이라도 운동하고 샤워하고도 남을 2시간이다. 그 2시간이 너무 소중한 걸 알기에 잔소리가 목구멍 위까지 올라왔지만 애써 참았다.


"이제라도 밥부터 먹는 건 어때?"


넌지시 잔소리 같은 조언을 내뱉고선 "아~ 귀찮아~"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나는 지금 이 친구가 너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 없는 쾌락. 딱 내가 원하는 거다.


20대 전까지 게임 중독이었던 내가 고리를 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로 게임할 힘이 없었다. 그렇게 게임에서 드라마 중독으로 바뀌었고 현재는 게임이 하고 싶지만 책임 지기는 싫어서 게임하는 영상을 본다. 영상을 보다가 멈추고 다음에 보아도 멈춘 부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고 현금성 가챠를 내가 할 필요가 없다. 음식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살이 찔까 봐 먹방을 본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다른 일을 해볼까 싶다가도 후회할까 봐 퇴사 브이로그를 찾아본다.



결론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이 부족해서 뭐든지 멈추게 된다. 지금 열심히 운동하면서 든 생각은, 아 내가 10년 전부터 이렇게 운동해왔더라면 스택이 점점 쌓여서 근육량부터가 다를 텐데,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 됐을 텐데. 10년 전에 결혼했더라면 더 체력이 좋았을 텐데..


근속연수가 15년이 넘어가니 20대 초중반 신입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내가 신입일 땐 근속연수 5년 선배를 보면 '5년을 어떻게 다니지?' 이 생각뿐이었다. 나는 신입 1년 차 때 시간보다 복직하고 3년이 지난 지금이 3배는 시간이 빨리 지나는 것 같다. 쉽게 도전하는 열정도 없어졌고 하던 일만 하고 싶어졌다. 모르는 분야는 도전도 공부도 하기가 싫어서 요즘처럼 복잡한 게임은 시도조차 하기 싫다.


아주 가끔 고전 게임이 생각나서 일랜시아를 켰다가 특유의 옛날 게임스러운 노가다 레벨링을 보고 바로 노트북을 닫았다. 기가 빨린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내가 항상 친구에게 하는 말이다. 결혼이라도 안 했으면 온전히 모든 시간을 혼자 쓰면 되니깐. 분명 미혼일 때의 장점과 기혼일 때의 장점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네가 부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