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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현지 Aug 02. 2023

핸들러

물에 빠진 생선요리는 

정말 싫지만 

나무꾼은 통째로 알이 박힌 양미리를 씹을 수 있겠습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전어의 식감으로 

나뭇조각을 씹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생선을 먹지 못한다는 말은 모순입니다 


이 모순을 늘려 우리는 어디로든 떠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낡은 장화인가요 

아니면 죽은 호랑나비의 마지막 착지 지점인가요 

또는 어제 입고 벗어둔 살인자의 구겨진 비옷인가요 

도무지 알지 못해서 어두운 숲길을 오래도록 걷습니다 


왜 당신은 숲에서 나무 밑동을 쪼갰습니까? 

쪼갠 나무를 바라보는 그림자의 형상을 

사원을 오르는 계단마다 보이는 지렁이들, 죄책감처럼 웅크려 있습니다 

나무꾼은 트럭에 생선을 싣고 다닙니다 

생선을 대중화하려고 

온 동네에 확성기로 

음성 변조된 목소리로 


생선 타는 냄새가 납니다 

동굴 전체는 개방되어 있지만 

냄새의 근원은 생선인지, 

또는 사체가 타들어 가는 냄새인지 알 수 없습니다 


동굴 앞에는 

빛나는 코코넛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 아래 모자를 벗으면 

당신의 얼굴이 보일 것도 같은데

나무꾼은 액세서리를 진열하듯 제멋대로 문장을 진열하다가 

무심코 페달을 밟고 어딘가로 떠나버립니다 


우리 지금, 따라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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