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다. 사람들 속에서 눈물도 웃음도 나누며 사는 것이 즐겁다. 그래서 아픈 날들이 쌓여간다. 함께 나눈 것들이 비수가 되어 돌아오고 삶의 과녁에 콱콱 박힌다. 이런 걸 바라지 않았다. 철철 흐르는 피고름 속에서 내 무지를 깨닫고 마주 보며 탓한다. 좋아만 했지 알지는 못했구나. 그런데 아무리 알려고 해도 알고 싶어도 사람을 모르겠다. 그래서 무섭다. 두렵다. 내 미완의 감정을 사람들에 덧씌워 미워도 해보고 싫어도 해보지만 돌아 돌아 이곳이다. 이유 없이 좋고, 이유를 붙여 좋고, 싫지만 좋다.
'세상 살기에 난 너무 멍청해'
이 문장이 뻥 뚫린 과녁판 속에서 한숨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