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불빛 비치는 병원 복도처럼
도시의 겨울밤은
생각을 멈추게 한다
등이 시리다
발을 재촉해
집으로 향할 뿐이다
소복소복 눈 쌓이던 포근한 소리도
깜짝 놀라서 문밖에 귀기울이게 하던
뚝딱 부러지던 나뭇가지 소리도
다람쥐와 토끼 뛰어가던 소리도
이제는 없다
기억속
시골집 겨울밤에는
매서운 바람이 창호문에 부딪치던
살벌한 소리
멈출 줄 몰라도
화롯불 앞에 모여앉아
고구마 익어가는 소리에
시간 가기만을 기다렸다
깊은 겨울 밤
창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뺨은 시려도
아랫목 이불속에 발 집어넣고
손 호호 불어가며
군고구마 껍질 벗겨
오물오물 씹으면
마음속까지 뜨거워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