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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Jul 11. 2023

밤이 다가오는 시간

조용히 날이 저물고 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열기를 식히고 물러가면 소슬한 바람과 함께 고요하게  발자국씩 서늘한 어둠이 다가온다. 정원의 나무들도 잎새 흔들기를 멈추고 조용히 어둠을 맞이한다. 그런 순간의 변화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다. 모든 것이 정지해 있고 하늘의 색깔이 점점 짙은 어둠으로 바뀌면  시간에 예민한 사람이나 짐승들은 똑같이 하던 일을 멈추고  어둠의 이행을 성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하루가 끝나가는 의식이 치러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늘에 있는 구름은 어둔운 잿빛 색으로 변하고 멀리 산기슭의 작은 집에는 불빛이 깜박이기 시작한다. 하늘에 돋아나는 별들도 자기 자리를 잡고 희미한 빛을 보내기  시작한다.


  나는 이러한 순간 만큼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시간의 이행에 귀기울이고 싶다. 고요함이 마음에 들어오면 여타의 다른 잡생각들은 물러가게 된다. 온갖 가식이나 허례, 걱정, 순수하지 못한 생각들이 허리를 굽히고 물러가면 본연의 내가 자기 자리를 찾아 나와 만나게 된다. 우리들은 아주 가끔씩만이라도  이 절대적 고요의 순간과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누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고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가고 있는 방향이 옳바른지, 정신을 차리고 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과 낮의 순환의 고리 속에 우리가 매일 만나게 되는 아침과 낮과 밤의 다른 분위기, 다른 의미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낮의 그 수많은 활동이 주는 의미만큼이나 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도 숙고해 봐야 한다. 밤은 우리에게 휴식과 안식과 기도와 성찰을 의미한다. 그 의미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기 영혼을 맑게 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는 어쩌면 밤을 너무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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