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없다

by 포인셋

3년의 좋은 기억과 함께 우리는 곧 또 이사를 갔다. 이번에도 조금 더 나은 집으로. 부모님의 마음에는 이제 더 큰 만족감이 충만할 것이었다. 그 후 3년여간은 나도 대학교 졸업과 세 번의 취직, 이직, 독립과 연달아 혹사당한 마지막 직장에서 번아웃으로 우울증을 겪었으므로 부모님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못했는데, 본가로 들어와 대학원에 진학한 후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보니 집엔 다시 문제가 생긴 듯 했다.


대단치도 않은 혼자만의 방황을 꽤 했던 동생들은 영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고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머리 좀 큰 녀석들은 나와는 달라서 늦게까지 술을 먹고 와선 안 그래도 못마땅해 하는 부모님과 때때로 크게 싸웠다.


아빠는 여유 좀 생겼다고 주식에 손을 대고 부동산도 알아보며 노후자금을 더 마련해보고자 했으나 번번이 잃거나 엄마의 반대에 부딪혀 모든 것을 엄마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자식들도 다 큰 마당에, 엄마도 더 이상은 참지 않았다. 싸움의 스케일은 점점 더 커졌다. 형편은 한참 나아졌는데 생활비 몇 푼까지 예전마냥 옥죄니 아직 용돈 받는 동생들도 엄마도 폭발 일보직전이었다.


퇴직금도 없는 직업, 가계를 위해 미래의 체력까지도 끌어 쓴 댓가.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알았지만 자신이 쓰는 돈은 담배 한 개비까지 계산해도 자신이 하지 않는 살림엔 무신경했고, 집에는 가스비 말고 뭐가 드냐고 했다. 그렇게 물정을 몰랐다. 밤마다 수놓아진 불빛들을 바라보며 저 많은 집 중 왜 내집 하나가 없나 하며 막막함에 한숨지어왔던, 젊었던 아빠 기준으로 이 정도의 재산이면 꽤 잘 모아온 것이고, 아주 넉넉하진 않아도 조금쯤 행복해야 맞았다.


그는 행복을 모르는 것 같았다. 대체 언제 행복할 수 있는거지. 얼만큼 더 벌어야. 행복하자고 돈을 벌겠다더니 돈 욕심 말곤 남은 게 없었다. 돈이 행복을 삼키고 있었다. 나는 이 상황에 반감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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