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은 맞지만, 너무 가벼운.
앞의 모든 것은 허구다. 정말, 정말 별로였던 우리였다.
하지만 난 말도 안 되는 것에 미련이 넘치는 사람이어서, 내 마음 조금이라도 편히 하고싶어 메일을 보냈다. 넌 아마 평생 읽지 않을 것이다. 너의 부재가 이렇게까지 나를 흔들 줄은 몰랐다. 다른 누군가의 존재로도 덮을 수 없는 흔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끔찍하다. 생각보다 괜찮을 거라 믿었는데, 결국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억울하다. 왜냐하면, 나는 이래야만 하니까.
모든 도파민을 내려놓고, 다시 방어적으로 살아야만 한다. 나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한 번의 계기로 정신을 차리는 것이 불가능할까.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말조차 믿지 못한다. 그 순간은 진심임을 알지만, 그 감정은 단순한 이유 하나로 뒤집힐 만큼 쉽게 변한다. 그래서 싫다. 누군가가 변할 것 같으면 먼저 도망간다. 좋아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진심이 바뀌는 순간이 불편하고 상처가 된다. 이제는 그런 과정이 무섭다.
그래서 더 큰 상처로 덮고 싶었다. 4개월 만에 너에게 메일 한 통을 보냈다. 구질구질하지 않게, 그저 잘 지내라는 말을 담았다. 그저, 내가 살기 위해 보냈다. 우리의 썩고 상한 만남(사랑도 아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이제 그만하고 싶어서. 그냥 너보다 강렬한 사람을 아직 못 만난 내 불운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이제 없을 걸 잘 알아서 열받는다. 객관적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내가 메일에 담은, 잘 지내라는 말은 진심이다.
우리가 한 것은 뭘까. 변한다는 건 너무 당연하지만, 제일 짜친다. 난 짜치는 게 제일 싫다. 그런데 헤어진 지 4개월이 지나 메일을 보내는 내가 제일 짜친다.
그리고 이번 메일도 철저히 나를 위해 이기적으로 보낸 걸 너도 알 거라고 생각하니 더 짜친다. 그냥 다 싫다. 난 지금 자기혐오의 5단계쯤에 와있는 듯하다. 너와 싸울 때 했던 내 최악의 말을 지금 또 하려 한다. 난 지금 정말 최악 그 자체니까.
너 같은 거 애초에 만나지 말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