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이별 경연대회
<이별 직후, 정신과를 찾았다>라는 글을 관련 키워드로 구글링 하며 들어오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는 걸 확인했다. 생각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 이유는 수없이 다양하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나처럼 묻는 걸 거다.
‘내가 지금 이별 때문에 정신과를 찾아도 되는 걸까. 정말 이별 하나로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많은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약한 걸까.’
진심으로, 세상에 천하제일 최악의 이별 대회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다들 모여 사랑보다 이별의 얘기만 주절주절 늘어놓고, 웃음 섞인 말로 희화화하다가도 결국 뒤에서는 눈물로 마무리되는 자리. 그 자리에 서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내가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 그 기준이 조금은 분명해지지 않을까. 세상에는 아픈 사람이 참 많다. 몸이든, 정신이든. 그런데 정신이 너무 아프면 결국 몸까지 지배하는 것 같다.
술 때문에 미뤄왔던 정신과를 다시 찾았다. 신경안정제와 항우울제. 술과는 절대 함께할 수 없는 약들. 솔직히 술을 완전히 끊을 자신은 없다. 그래서 처방받은 30일 치 약을 정확히 30일 동안 다 먹는 건 아마 못하겠지. 그래도 적어도 새벽까지 이어지는 말도 안 되는 관계들과 쓸데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은 줄이고 싶다. 그게 회복의 시작이 될 줄 알았는데, 결국 또 다른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더 복잡한 인간관계, 더 신경 써야 할 문제만 늘어난 기분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술에 중독이 아니라고 자부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끊고 싶은 마음조차 없는 지금을 보면 알겠다.
그럼에도 말하고 싶다. 혹시라도 이별 때문에 너무 힘들고, 그 정신적 고통이 몸까지 잠식해 불안 증세로 버티기 힘들어진다면 꼭 병원을 가보라고. 진심으로 자기 회복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처럼 약을 들쑥날쑥하게 먹으면 결국 제자리다. 차라리 꾸준히 다니고, 정신이 조금은 맑아진 상태에서 다른 것들을 해보는 게 낫다. 나는 어두운 정신으로 사람을 만나니 더 큰 상처만 돌아왔다. 결국 악순환이었다. 내가 건강하지 못하고 여유가 없다면,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거의 미친 짓일 확률이 높다. 물론 그걸 온전히 안아줄 사람이 운이 좋게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그 기대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건 너무 별로지 않나. 나부터 괜찮아지고 싶다. 그때, 누구든 무엇이든 제대로 나누고 싶다.
만약 최악의 이별 경연대회가 열린다면, 나는 아마 준우승쯤은 하지 않을까.
나는 그냥 지난 1년 반이 허구 동화 같다. 내가 정신착란에 빠져 허언으로 그 사람과의 기억을 지어낸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차라리 질척이고 구질구질하게 매달렸다면, 징그러웠어도 '순애'라는 단어를 쓰면서 비웃기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나의 끝은 그 사랑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허무함만 남았다. 앞으로의 모든 사랑도 이렇게 끝날 거라 생각하니,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제는 버겁다. 그러니, 우선은 나부터 챙겨보려 한다.
맨날 하는 다짐. 다짐. 지겹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