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 싶은데.
너무 감정적인 8월의 마지막 날. 브런치를 메모장 삼아 쓴 글이 보여준다. 말끔하지 못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지겹다. 구질구질한 사람을 벗어나고 싶지만, 결국 태생이 이런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마지막엔 혼자 남게 된다. 차라리 가벼운 관계 속에서 여러 번 상처를 받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자존감이라는 잘 짜인 이고가 박살 나는 게 나을 법도 하다. 한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그에게 너무 깊이 베인 상처가 극복되지 않고 몸과 마음에 이상반응으로 번지는 것. 도대체 이걸 뭐라 정의해야 할까.
가슴이 불안하게 뛰는 기분이 싫다. 주말 술자리에서 약을 놓친 탓일까. ‘일주일에 두 번 위스키면 괜찮지’라며 스스로를 달래 보지만, 말도 안 되는 잡념들이 쉴 새 없이 덮쳐온다. 몇 번쯤 더 상처를 받아야 이 고통에서 자유로워질까. 언제쯤이면 이제 내게 필요도 없는 사람의 오래된 배신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더 오래 해맑고 싶다. 나이보다 순수하고, 재지 않는 내가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모든 게 거짓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사랑만큼은 거짓으로 낭비하고 싶지 않은데, 상처가 남긴 불안한 심장 박동은 여전히 무겁다. 그래서 다시는 시작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자꾸만 주저앉게 된다.
사람들은 이런 불안들이 쌓여 결국 건조해지는 걸까. 나는 물빛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디서든 적당한 물기를 머금고 살아가는, 촉촉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하지만 상처와 배신감을 안고 살면서 언제까지 촉촉할 수 있을까.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정말 가능한 말일까. 이렇게나 유약한 내가, 이제는 상관도 없는 사람의 오래된 상처로 더 이상 물빛을 잃어버린다면, 그건 너무 슬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