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시작!
마음에는 분명한 크기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절대적인 크기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프를 그려본다면? 어쩔 수 없이 수치로 나타내야 한다면? 단언컨대, 가장 매기기 쉬울 수도 있는 게 마음의 크기일지도 모른다. 과거와 추억의 형태로 존재하는, 내 마음속 기록으로.
압도적인 하나의 점이 크게 자리할 때, 그 앞뒤로 다른 것들은 희미하게 가려지고 사소하게 느껴진다. 거대한 봉우리 앞에서는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결국 그 크기의 차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통계, 지나가 버린 기록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하나의 그래프 앞에서 오래 멈춰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직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무언가 앞에서도 자꾸 비교를 하고 만다. 극복하지 못한 무언가가 내 안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압도에 머물러 있기에, 새로 시작되는 모든 관계조차 그 앞에 세워두고 만다.
비교가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비로소 최종일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비교하지 않음의 의미를 알면서도 끝내 비교한다. 어쩌면 그것이 아직도 공중에 매달린 듯, 편히 있지 못하는 내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가장 분명한 신호일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내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끝없이 이어지던 비교의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르니까.
언젠가 이 모든 게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시작되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찾아올 것이다. 정확히 정의할 수도, 뭐라 이름 붙일 수도 없는 그 순간이야말로, 다음 장이 시작되는 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