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쓴 보마르셰가 사랑과 평화가 한 가슴속에 공존할 수 있는가 물으며 평화 없는 사랑, 사랑 없는 평화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게 삶이라고 하대요. 어제의 내가 사랑 없는 평화 속에 살았다면 오늘은 평화 없는 사랑이 틀림없이 맞을 거예요. 전생의 절친들이 하나, 둘, 셋이나 나타나 사랑과 평화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고 가르쳐주고 있는 중이거든요.
애틀랜타 해밀턴 밀은 아침부터 평화 없이 사랑으로만 시작돼요. 온하루 활기로 풀충전인 은하수 덕에 하루가 아주 길거든요. 시월부터 은하수는 날마다 축제예요 . 핼러윈과 크리스마스트리를 준비하면서부터 축제가 시작되는 겁니다. 작년엔 귀여운 펌킨복장이던 은하수가 올해는 엄청 무서운 코알라로 변신해 여기저기 출몰하는 통에 깜짝 놀라는 척하느라 진땀입니다.
맛있는 멕시코 음식이야기
워싱턴주에 있는 스포케인에는 아침식사만 하는 유명한 기차 식당이 있어요. 삼십 분이나 줄 섰다 입장해서 고심 끝에 4가지의 요리를 시켰는데 모두 달걀요리여서 꼬끼요~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맛집을 꽤 다녀봤음에도 사실 호세가 직접 해주는 요리만큼 맛있는 건 없더라고요. 멕시코계인 호세는 멕시코 음식을 많이 알고 잘 만들어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은 호세의 멕시코요리 시간이에요. 이웃집 식구들이 호세의 멕시코 요리를 좋아해서 가끔 찬조출연을 하느라 동네 파티가 되기도 해요.
멕시코음식 세비체를 만들어볼까요? 오이, 토마토, 양파, 아보카도, 새우, 맛살을 잘게 썰어 토마토주스에 퐁당 빠뜨리면 돼요. 우리나라 물회와 비슷한 요리인데 날생선을 먹지 못하는 은하수할머니를 배려하여 퓨전세비체를 만든 겁니다. 이렇게나 건강한 음식을 먹는데도 멕시코 사람들이 살찌는 까닭은? 많이 먹고, 소스 듬뿍에 과다한 양의 탄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요리의 배합도 요리실력이죠. 호세는 고수 듬뿍, 난 칩과 할라피뇨를 얹어 바삭거리며 매콤한 식감을 깨우며 먹는답니다.
갤러리 오픈식 때 만들어서 환호를 받았던 멕시코 음식 화지따도 레시피를 오픈해요. 우선 토르티야를 따뜻하게 구워줍니다. 냉기를 감춘 따뜻하고 넙데데한 토르티야 위에 사울크림을 얇게 깔아 상큼하면서 신맛을 베이스로 깔아야 하는데 없다면 플레인요구르트도 아쉬운 데로 괜찮아요. 화지타소스에 살짝 재워둔 닭가슴살을 프라이팬에 볶아 얹고, 치즈를 솔솔 뿌리고, 머스터드소스를 슬슬 뿌려대면 끝입니다. 혹시 전날 먹다 남은 잡채가 있다면 훌륭한 합체가 될 거예요. 이제 토르티야를 잘 여며 싸주면 됩니다. 끝이 아니라 'How long will i love you'를 들으며 먹어야 한다는 게 제일 중요해요. 미국에서 만났던 멀빈과 샘, 콜린과 이 음악을 들으면서 자주 먹었거든요. 그 기억의 시간들이 그리울 때 화지따를 만들어 먹으며 행복했던 시간으로 유턴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과카몰리도 빠질 수 없죠. 이 퓨전 멕시코 음식들엔 사랑과 평화가 공존한다는 것!
엄청난 체력의 은하수를 감당해야 하는 지라 맛있는 음식으로 충전해야 하니 밤하늘 빛나는 별을 보며 함께 이야기한답니다. 내일은 무얼 먹을까, 하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