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태도

by hui

근무중에 젊은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파티션 때문에 얼굴만 보였을 때는 유실물을 찾으러 온 고객인줄 알았다. 나이대로 추정해 보아 길을 묻거나 기계 사용법을 물을 것 같진 않았기에. 그런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예상과는 다르게 강아지를 잃어버려서 전단지를 붙여도 되느냐고 물었다. 전체가 보이니 한 손에 전단지 뭉치와 다른 한 손에는 스카치테이프를 쥐고있었다. 사실 역 내에는 게시판이 두어군데 있지만 개인적인 게시물을 임의로 붙일 수는 없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그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규정 사이의 갈등에서 순간적으로 망설이다가 대답을 미루고 게시판에 자리가 있는지 보겠다며 그와 함께 게시판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선 게시할 자리가 없어서 안되겠다고 말했다. 바보 같은 대답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규정상 안됩니다라고 그 자리에서 말하지 못하겠으니 괜히 게시판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 자리 없음을 이유로 거절을 한 것이다. 그가 다시 한 번 요청한다면 원래는 안되지만 붙여드리겠다 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런데 그는 내 한마디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바로 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 갔다. 너무 빨리 인파 속으로 사라져 뒷모습도 보이지 않는 장면을 바라보며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런 바보 멍청이..


일을 하다보면 정해진 규정만으로는 원활하게 일을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유연하게 그리고 융통성있게 일할 수 있는 방향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본사에 오래있다가 현장 근무는 이제 1년이 갓 지났는데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냥 성격 때문인지 아직도 조심스럽고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자칫 소극적인 자세로 지나쳐버린 그 순간은 마음에 계속 후회가 남는다.


내 동생은 나와는 생김새도 성격도 완전히 정반대인데, 내가 동생에게 유일하게 존경하는 부분은 행동이 먼저인 적극적인 태도다. 동생은 이미 몇 차례 길에서 주인 잃은 강아지의 주인을 찾아준 적이 있다. 주인 없이 방황하는 강아지들을 보면 동네 카페에 글을 올리거나 주인을 찾을 때까지 집에 데려와 돌보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강아지 사진을 보고 일부러 다른 동네에까지 행방을 확인하러 다녀온 적도 있다. 주변에 별 관심이 없는 편인 나보다 훨씬 공감능력이 좋은 동생이다.


살아보니 마음이 향하는 대로 행동하면 후회는 덜하더라. 나의 경우엔 마음이 향하는 선택이 훗날 잘못된 선택이더라도 반성은 될지언정 후회는 되지 않았다. 좀 더 마음의 소리에 집중해서 살아야 하겠다. 귀찮음을 핑계로 묻어버리지 말고. 카톡 알림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던 얼마 남지 않은 동생 생일에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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