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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약 Sep 23. 2021

두통도 질병이다

통증을 다루는 방식



일반적으로 두통은 질병이라기보다 일시적인 증상을 말한다. 감기, 몸살 등을 원인으로 두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때의 경험에 비롯하여 두통은 저절로 낫는 증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대다수가 흔히 겪는 두통은 가벼운 이차성 두통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두통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통증은 이런 시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치료된다. 나아야 하는 질병으로 인식하기보다 일시적인 증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때문에 통증을 없애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 이상의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기란 쉽지가 않다. 꽤나 높은 진입장벽이 생긴 상황에서 일차성 두통을 인지하고 치료하기란 퍽 어려운 일이 돼버린다.










아는 게 병



나도 이러한 이차성 두통의 함정에 빠져있었다. 내가 겪은 만성통증, 그 자체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치료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연히 발병과 치료시기 사이의 간극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가족이나 의사에게 내가 겪는 두통에 대해 말하는 것에 그리 열렬하지 않았는데, 고통은 천명이라는 체념 어린 생각보다는 일반적으로 통증을 대하는 방식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경우, 진통제를 복용하여 당장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통증은 곧 사라지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저 '아프니까 신속하게 진통제를 먹는다'는 아주 간단한 명제로 설명될 뿐이고, 대부분의 경우 정말 그렇게 해결이 된다.










약국에서의 경험



처음 약국에서 일했을 때 나는 환자가 하는 모든 말을 귀담아 들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껏 나에게 필요한 내용만 뽑아서 듣게 되었는데, 환자가 하는 말 중에 나에게 필요한 정보와 필요하지 않은 정보가 섞여 있어서 어느 정도 거를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 상황에서 상대의 모든 말을 다 기억하고 반응할 수도 없을뿐더러, 나도 약국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업무가 있었다. 환자의 말을 듣고, 적절한 질문을 하여 환자의 현재 상태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했다. 환자를 힘들게 하는 원인을 파악, 추정해서 의사에게 보낼지 약국에서 치료 가능할지 결정해야 했다. 또한 약국에서 치료 가능하다면 어떤 약이 필요할지 선택해야 했다.

환자는 약사에게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서 이 모든 일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져야 했다. 그래서 환자가 얼마나 어떻게 힘든지보다 현재 어떤 약을 복용 중이고, 기저질환은 있는지, 어떤 증상으로 병원을 내원했는지, 지금 가장 불편한 증상이 무엇인지 등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당장 눈앞의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 탓인지 나는 보건계통 종사자들이 환자의 통증과 표현에 큰 관심이 없다는 선입견이 생겼다. (대체적으로 가벼운 병증에 대응하는 약국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니 의학 전문가들이 꽤나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데, 이들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질환의 '완치' 혹은 '유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 대비되어 환자의 일시적인 상태가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환자들은 각자마다 다른 방식과 다른 말로 자신의 상태를 알린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사항은 환자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보다 병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에 대한 정보일 것이다.


물론 나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의학 전문가를 만난다면 무척 기쁘겠지만, 필수적인 업무와 역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대부분 환자들이 개인이 인지한 불편한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는 걸 떠올려보면, 이런 시각은 본말전도된 상황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통증에 대한 개인적인 반응



질병의 진단과 앞으로의 진료 방침은 의사의 판단에 달려있다. 통증의 빈도, 강도와 같이 병의 진행 여부에 대한 부분은 (약사와 결이 다른)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의사의 영역이다. (약사들이 병원을 권할 때는 보통 의사의 판단이 필요하다 생각될 때이다)

약국에서는 어떤 성분을 왜 복용하는지보다, 이미 먹을 약이 정해졌을 때 이 약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와 같은 방법론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말은 나에겐 잡음과 다름없었다. 병원을 찾으라는 말 외엔 진통제밖에 줄게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플 때에도 내 아픔을 격렬히 드러내지 못했다. 통증이 있다면 진통제를 쓸 뿐이었다. 통증의 강도가 높아지면, 그에 따라 더 강한 진통제를 쓰거나 더 자주 복용하게 될 것이다. 걱정스러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왜 병원에 가지 않았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꽤나 오랫동안 일반 진통제로 통증 조절이 잘 되고 있었다.


두통은 조금씩 점진적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순간 빈도가 늘더니, 매일매일 얕은 두통이 지속됐다. 심각성을 인지했을 땐 이미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진통제가 더 이상 듣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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