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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연교 지나 새섬

by 소금별

조명이 별처럼 빛나는 새연교의 야경은 언제나 제주의 대표적 명소로 떠올랐다. 이번 여행에서도 밤에 가볼만한 곳으로 새연교를 골랐지만 막상 밤이 되니 추워서 숙소로 바로 돌아가기 바빴다.


그런 새연교를 우연찮게 낮에 방문했다. 둘레길을 찾다가 새연교에 이른 것이다. 낮에 보는 새연교는 따스한 햇살 속에서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주의 전통배인 태우모양을 한 새연교 아래로 물결이 심히게 일렁이고 있었다. 느릿느릿 다리를 건너 새섬공원으로 향했다.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소리를 지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새가 많은 섬이라서 이름이 새섬인 줄 알고 있었지만 초가지붕을 덮을 때 주로 쓰는 새(억새)가 많이 자생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해안에는 해식애가 발달했고 섬 전체에 난대림이 숲을 이루고 있다. 섬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도록 산책로가 나있어서 남편이 연신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 좋다.”


예전에 왔을 때는 밤이라 새연교 야경을 구경하고 새섬 입구까지만 건너갔다. 낮에 보는 새섬은 밝고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제주 올레길 6코스에 포함된 이후로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는 새연교를 건너면 새섬이 나온다. 새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로 여유로운 산책을 할 수 있어서 제주의 또다른 비경을 선사해준다.


새섬 산책로를 걷다보니 새친구들 안내판이 나온다. 새에 관심이 많은지라 어떤 새를 만날 수 있을지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본다. 물수리, 바다직박구리, 갈매기 등의 그림과 설명을 천천히 읽어본다. 그새 남편과 아이들은 저만치 앞서서 걸어간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주변 식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사스레피 나무가 눈에 띄었다. 정원수로 각광을 받는 나무라고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서 유심히 들여다본다. 사스레피는 차나무과의 낙엽관목으로 바닷가의 산기슭에서 자란다. 차나무과라 그런지 잎들이 차잎처럼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새섬공원에는 맥문동, 참나리, 갈대, 억새, 해국, 인동초, 후추등의 야생 초화류가 산다. 남편이 길가에 피어있는 해국을 보더니 “이거 국화 맞지?” 한다. 조금 걷다가는 “이거 이름이 뭐였더라? 하길래 냉큼 “맥문동이잖아.” 일러준다. 맥문동은 보랏빛 꽃이 아름다워 정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는 식물에 관심이 많아졌다.


고요한 산책로를 걷다보니 저멀리 큰 섬이 하나 보인다. 부근에 문섬, 범섬이 있다는데 멈춰서서 “저건 문섬이고 이건 범섬이지.” 이름을 되뇌어본다. 겨울인데도 억새가 지천으로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 억새 때문에 섬 이름이 새섬이라니! 오늘 또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제주 여행의 맛은 내 발로 땅을 디디고 서서 걷는 것이다. 천혜의 자연을 만끽하면서 걷는 맛에 매년 제주도를 찾아간다. 새연교는 야경때문에 밤에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낮에 와보니 느낌이 밤과 달라서 좋았다. 새섬 산책로를 걸으니 자연이 선물한 이 조용한 풍경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았다.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오리 가족처럼 나란히 걸으니 행복의 물결이 사르르 밀려왔다. 이렇게 천천히 걷는 동안 나도 제주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새섬과 새연교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그렇게 일상의 쉼표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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