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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별 Oct 27. 2024

이천만 원으로 떠나는 나만의 여행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평소에 사지도 않던 복권이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복권 한 장을 샀다. 별 기대 없이 긁어 본 복권이 무려 2등에 당첨이 되었다. 금액은 이천만 원! 어리둥절한 마음에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복권 샀는데 당첨됐어.” 내 목소리는 어느새 살짝 떨리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낮잠에서 덜 깬 듯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남편은 뜬금없는 소리에 잠을 깬 듯 소리를 높여 말했다. 내가 이천만 원이라고 반복하자, 남편은 믿기 힘든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정말이야? 정말 복권에 당첨된 거야?” 남편은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퇴근해서 이야기하자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내 머릿속은 온통 이 돈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 찼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친정엄마였다. 오랜 시간 나와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오신 엄마에게 보약 한 재 지어드리고 싶었다. 엄마가 기뻐하실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으로 떠오른 건 오랫동안 꿈꿔왔던 해외여행이었다. ‘이 기회에 해외여행을 떠나자!’는 마음이 들었다. 가보고 싶었던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이 떠올랐다. 남프랑스의 이국적이고 다채로운 풍경이 떠오르자 어느새 내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남편의 낡은 자동차가 마음에 걸렸다. 최근 들어 자주 말썽을 부리던 차를 새로 바꾸는 것이 남편에게 큰 도움이 될 텐데, 이 돈을 조금 더 보태면 남편에게 새 차를 사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잠시 흔들렸지만, ‘아니야, 이번에는 나를 위해서 써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늘 뭔가를 위해 뒤로 밀리기만 하던 나를 이번에는 챙기고 싶었다. 이번만큼은 나 자신을 위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여행이라는 꿈이 가슴 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루브르 박물관의 웅장한 건축과 그 속에 숨겨진 수많은 예술 작품들, 지베르니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 모네의 수련 연작이 전시된 오랑주리 미술관까지. 이런 곳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싶었다. 여행은 내게 그저 먼 꿈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파리의 거리에서 글을 쓰고, 새로운 영감을 얻으며 나 자신과 마주하고 싶었다. 


    



전업주부로서의 삶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가족을 돌보며 틈틈이 글을 쓰는 것은 시간이 부족하고, 때로는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지쳐가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천만 원이 생긴다면, 그 돈으로 조금은 자유로운 시간을 갖고, 글을 향한 나의 열정을 더 깊게 탐구하고 싶었다. 나를 위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유의 기회를 만들어 나를 더 나은 작가로 성장시키고 싶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주말 오후, 나에게 이천만 원이 생긴다면 어떨까 상상해보는 시간! 

나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올리 없겠지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천만 원이라는 뜻밖의 행운이 내게 주어진다면 오랫동안 품어왔던 나의 꿈을 위해서 그 돈을 쓰겠다. 어느새 내 마음은 멀리 파리로 떠나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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