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을 듣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합평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마다 주눅이 들었다. 합평이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비평하는 것’이라는데, 내 글이 누군가의 비판을 받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부담스러웠다. 그 시선 속에서 내 글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두려웠고, 주목받는 것 자체가 겁이 났다.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의 시선은 내 글에 대한 불안과 조심스러움을 더욱 키웠다.
매주 글을 쓰고 낭독해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웠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시간은 속옷을 입고 남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나의 모든 것을 모르는 누군가에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다. ‘이 수업을 듣지 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글을 쓰고 싶은데 내가 이렇게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쓰기의 재미를 느끼기 전에 두려움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결심했다. ‘일단 신청하고 나중에 생각하자.’ 그 작은 용기가 나를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나는 작년에 세 번의 글쓰기 수업에 참여했고, 수업마다 합평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낭독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다. 내 글을 읽을 때 듣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지만 읽는 나에게 집중했다. 막상 해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부끄러움을 이기고 읽고 나니 글을 쓸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낭독할 때에 새롭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 글을 들은 어떤 문우는 내가 쓴 문장이 너무 ‘다’로 끝난다고 했다. 어느 문우는 무엇을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우들의 피드백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알게 해주었고, 덕분에 내 글은 한층 더 풍부해졌다. 쓴 글을 줄이고 다듬는 과정은 마치 다이어트와 같았다. 길게 풀어 헤친 뜨개실을 감듯이 나는 내 글을 감았다.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고, 나의 진정성을 더하는 경험은 나에게 성장하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나는 작년에 문집 형식의 책 세 권을 출간하게 되었다. 한 권은 여행 이야기를 담았고, 나머지 두 권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주제를 담았다. 이 모든 것은 내가 합평이라는 두려움을 넘어서는 순간 가능했다. 합평이 두려워서 도전하지 않았다면 나는 한동안 글을 쓸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고, 발걸음을 띄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합평의 두려움은 나를 움츠러들게 했지만, 그 너머에는 찬란한 빛이 존재했다. 그 빛을 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했다. 이제는 나를 향하는 시선들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그 시선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낀다. 나의 글은 여러 사람과의 소통 속에서 더욱 빛난다. 합평이 주는 두려움을 넘은 후, 나는 그 너머의 빛을 만났다. 그리고 그 빛은 나를 더 나은 글쓰기로 인도해주고 있다. 나는 오늘도 그 너머의 찬란한 빛을 향해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