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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의 작은 전시회

by 소금별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없이 그림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림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곳은 도서관이였다. 지금 역시 그림을 그리러 자주 다니는 곳이 도서관이다. 어린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을 다니다가 그림수업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그림을 두서없이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배운 그림은 꽃그림이였다. 보태니컬과 색연필을 동시에 수강해서 들었는데 결이 달랐다. 보태니컬이 조금 더 정교한 그림이라고 한다면 색연필은 힘이 덜 들어간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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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태니컬은 그림 한 점을 완성하는데 한 달이 걸렸다. 스케치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고 종이에 노란먹지를 대고 그 위에 그림을 올려 선을 따라 그렸다. 그림이 완성되면 색연필로 색을 올려야했다. 꽃이라면 꽃잎 결을 따라 밝은 색부터 어두운 색까지 차근차근 색을 더해야했다. 보태니컬을 배우는 우리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도를 닦는 일이라고 했지만 완성되어가는 그림을 보면 흐뭇했다.



색연필화를 거쳐 수채화물감을 이용해서 꽃그림을 그리는 수업이 이어졌다. 꽃을 그리는 시간이 좋았다. 수채화물감을 능숙하게 쓰지 못해서 색이 얼룩덜룩 해지기도 하고 명암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림을 그린답시고 앉아있는 그 시간이 행복했다. 코스모스, 능소화, 동백꽃, 구절초, 방울꽃 등 꽃그림이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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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전시회






꽃그림에 이어서 배우게 된 그림은 민화였다. 당시 민화는 그리 친숙한 그림은 아니였지만 도서관에서 우연히 맞닥뜨리게 되었다. 민화는 예전에 배웠던 그림과는 달랐다. 우선 한지에 붓이 부드럽게 와닿는 느낌이 좋았다. 따듯한 물 위에서 꽃을 피우는 꽃차처럼 붓끝에 화사한 꽃들이 피어났다. 수채화가 어여쁜 아가씨라면 민화는 곱디고운 아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화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그때부터 민화도 배우기 시작했다. 민화 입문 시기에는 호작도와 모란도를 그렸다. 민화의 완성은 선과 바림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선을 그릴 때 손을 부들부들 떨어서 삐뚤빼뚤했지만 그릴수록 손힘이 생기게 되었다. 민화는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서 일명 '공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작은 그림은 한 달 정도 걸리고 크기가 있는 그림은 두 달, 세 달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일월오봉도, 화훼도, 모란도, 연화도 , 책가도 등 다양한 그림들을 그렸다.



그림을 배우면서 전시회를 한 번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수채화, 민화, 아크릴화, 스케치 등 어느 한 곳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그림들이 늘어갔다. 그렇게 쌓여가는 그림을 보며 내 인생 버킷 리스트로 '그림 전시회'를 꼽아보기도 했다. 만일 그림 전시회를 한다면 지역 내 도서관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 그만큼의 실력은 아닌지라 언젠가의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동안의 그림을 모아서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나만의 작은 전시회'! '그래 이런 그림도 그렸지', '이건 언제 그린거지?', '이거 내 그림 맞아?' 휴대폰에 쌓여가는 그림들을 추려서 키네마스터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그림도 넣고 배경음악도 넣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나만의 작은 전시회를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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