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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양 Aug 29. 2024

소설을 소개합니다.

꽃이 피면 오세요, (부제: 안녕 나의 과거. 가끔 들를게)

꽃이 피면 오세요, 줄거리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월요일 아침 회사가 아닌 제주도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가방에 [깊은숨을 쉴 때마다]를 살포시 담으면 그나마 세상 밖으로 걸음이 옮겨집니다. 어린 날이 그리워질 땐, 그 시절 푹 빠져있던 [연금술사]를 꺼내봅니다.


늘 그런 을 쓰고 싶었습니다. 언제든 펼치기만 하면 갈망하던 여행지에  있거나. 스무 살 모습으로 돌아가 있고. 항상 자리에 머물러 현실에 나를 응원해 주는. 흘러간 시간이 오롯이 남아있는 책 말입니다.


[꽃이 피면 오세요]통해 나와 당신의 아픈 이야기와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상처를 위로하고 안아주며 괜찮다,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주막을 지키고 있는 복숭아나무가 있습니다. 나무에서 피어난 복사꽃은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 눈 앞에서 춤을 춥니다. 꽃의 초대를 받은 자는 홀린 듯 복사꽃을 따라 마음이 가장 많이 머물러 있는 시간으로 돌아갑니다. 어떤 이는 잃어버린 딸을 찾아. 어떤 이는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시간을 거스릅니다. 


상처는 가라지 같습니다. 잘라내고 뽑아내도 다시 자라나니 말입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 영자는 젊은 시절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며 힘든 시절을 버텨냈습니다. 꽃의 초대를 받은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했던 시간이 아닌 끔찍한 시절에 자신을 가둡니다. 남편에게 머리채를 잡혀 맞고 도망치고 다시 돌아가 짓밟히고 또 도망가기를 반복합니다.  


주막의 주인 수호는 이들의 과거로 따라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힘으로 상처에 갇힌 사람을 구하고 위로합니다. 낡고 닳은 시절을 잘 보내주고 현실로 돌아온 구원받은 사람들은 그간 자신을 짓눌렀던 고통의 무게가 사라졌음을 깨닫고는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남자를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수호는 그래도 괜찮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주어진 생을 끝까지 살아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합니다.


모난 과거도 포기하고 싶은 현실도 두려운 미래도 나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사랑할 수 있는 희망을.  살아갈 수 있는 위로를. 가능하다면 많은 독자들에게 조심스럽고 나지막한 언어를 가진 수호를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등장인물을 소개합니다.


마리
"그와의 추억은 거리에 꽃처럼 쌓였는데 세월은 찰나에 스쳐가는 봄날 같다. 지나간 모든 것들이 전생의 일처럼 아득하다."


이십 대를 아르바이트로만 전전하다가 서른이 코앞인 나이에 기적적으로 들어간 대기업. 그러나 또래 직원들에게 사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이기에 날로 진화하는 괴롭힘에도 꾹 참고 버티는 중이다. 십 년을 사랑한 동거남이 있다. 마리에게 그는 종교이자 신이다. 그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사랑이 이별을 고한다. 이제는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며 차갑게 돌아선다. 살 이유가 없어졌다.  마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죽는 것뿐이다. 어떤 죽음으로 그의 마음에 영원히 남을 수 있을까.. 거지 같은 인생에서 멋있게 퇴장할 것을 결심한다. 늘 초조하고 웅크린 삶을 살았던 그녀. 인생의 끝자락만은 담대하고 초연하고 싶었는데.. 강물 속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온몸은 덜덜 떨리고 뼛속까지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러나 이 걸음을 멈출 순 없다. 동이 트는 하늘을 바라볼 때의 암담함. 매일의 노력들.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없는 막막한 현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는 것보단 죽는 게 쉽겠다. 어느새, 차가운 강물은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럴수록 마음은 차분해진다.


 수호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은 타인도 존중할 수 있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애가 아닌 인류애가 생겨."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하고 충만한 인생이라고. 하루를 버텨낸 이들을 위로하는 따뜻하고 신비로운 남자. 도화동 재개발 구역, 언덕바지에서 주막을 운영하고 있다. 도화동이 복사골로 불리던 때부터 운영해 온 주막이지만 지금 시대 사람들은 그곳을 찾지 않는다. 파리만 날리고 있는 주막에서 복실이의 투정을 한 귀로 흘러들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복사꽃도 사람을 초대하지 않으니, 따분함만 늘어날 뿐이다. 그러다 아주 오랜만에 마리를 만나 그녀를 구해준다. 그런데 마리는 다른 이들과 좀 다르다. 과거에서 빠져나온 마리가 여전히 자신을 기억하고 주막을 제집처럼 들락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미스터리한 그의 과거 그가 언제부터 살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태초에 땅이 생겨나고 물과 물이 나뉘고 바다에는 물고기가 육지에는 나무와 꽃이 생겨났을 쯤 일까. 그에게는 늘 달콤한 향기가 난다. 복사꽃이 초대한 인간의 과거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과거에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을 설득해 현실로 데려온다. 조용하고 배려있지만 수줍음이 많다. 자주 복실이와 멱살을 잡고 싸운다. 싸움의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복실
“나는 말이다옹.. 맘빠 입에 케이크 먹여주고 싶다옹..”


1392년 마을에 역병이 퍼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고양이가 원흉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꽃향기가 가득한 계절에 잔인한 고양이 학살이 일어났다. 숲으로 쳐들어온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던 복실의 가족들을  칼로 찌르고 목을 매달아 죽였다. 복실은 엄마와 깊고 좁은 동굴로 간신히 몸을 숨겼지만 깊은 상처를 입은 엄마는 복실의 옆에서 서서히 식어갔다. 죽은 어미의 빈 젖을 빨던 복실을 수호가 발견해 주막으로 데려와 젖동냥으로 애지중지 키웠다. 그러나 복실은 점점 버릇없고 거만한 성묘로 자라난다. 신선한 고등어를 매 끼니 대령하지 않으면 단식투쟁을 하거나, 수호의 머리채를 물고 늘어지기 일쑤다. 그럼에도 수호는 아픈 과거가 있는 복실을 참아준다. 인간으로 변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복실이 세 살이 되던 해, 사람으로 변했다. 그것도 얼굴만. 수호는 그날을 회상할 때면 안색이 창백해진다.


고양이 몸에 돌쇠 같은 얼굴을 하고선 앙탈은 또 얼마나 심했는지. 수호를 날마다 기겁하게 만들었던 복실은 다섯 해가 지나면서 팔, 다리, 가슴. 순서대로 인간의 형상이 되었다. 허나. 근본은 고양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검은 털로 뒤덮인 뾰족한 귀와 앵앵거리는 목소리는 그대로다. 기왕이면 잘생긴 미남의 얼굴이면 좋았으련만. 애석하게도 사각턱의  작은 눈, 떡 버러진 어깨와 쌀 열가마니는 너끈히 들 수 있는 큰 몸집. 그것이 복실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복인 듯하다. 늘 거울을 들여다보며 탄식하는 복실은 이름이라도 멋있게 바꿔 달라 조르지만 수호는 끄떡도 않는다.  


반인반묘, 복실 역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시점부터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이것을 자신의 초능력이라고 떠들지만, 수호는 복숭아나무의 힘일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수호와 주막에서 아옹다옹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다. 옛적을 그리워한다지만 최신유행에 민감하고. 매월 패션 잡지는 빼놓지 않고 사본다. 찰랑이는 단발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수호가 숨겨놓은 생활비를 몰래 훔쳐 강남 미용실을 찾아가는 허세 가득한 반인반묘는 주막 땅이 재개발되면 강남으로 이사 가는 것이 최종 목표다.


 복숭아나무와 복사꽃의 춤

 복숭아나무


아주 먼 옛날, 유난히도 꽃바람이 향긋한 봄날이었다. 느닷없이 나무 한 그루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태워버릴 만큼 엄청난 화력이었다. 그러나 타오르는 불 길속 나무는 조금도 타지 않았다. 오히려 제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여유를 부리는 게 아닌가. 조금 뒤 아기 울음소리가 불에 휩싸인 나무 밑동에서 들려온다. 울음소리에 맞춰 불길은 더욱 활활 치솟았지만 그 안에 생명들은 안전해 보였다. 아기는 나무 위로 올라갈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자 불은 사그라들었다. 나무는 소년에게 열매를 먹이고 잎사귀 이불로 몸을 덮어주며 나뭇가지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 나무 옆에 터를 잡고는 멀리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왔다. 그에게 복숭아나무는 고향이다.


 복사꽃


춤을 추는 꽃을 따라가면 마음이 가장 많이 머물러 있는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상처 가득한 과거와 작별하고 현실로 돌아와 행복하게 사는 이도 있고, 과거에 머물러 억겁의 시간에 자신을 가두는 사람도 있다. 자기 연민이라는 무거운 갑옷을 껴입고 지옥에 뛰어드는 이들을 어떻게는 구하려 애를 쓰는 건,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태어난 신비로운 남자 수호이다.    




목차     


# 프롤로그     

1화. 너무 지독해 내 사랑은 (상, 하)

2화. 마지막은 덤덤하게 (상, 하) 

3화. 복사꽃이 춤을 추면은 (상, 하)

4화. 온전한 이별 (상, 하)

5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상, 하)

6화. 지금 당신들은 그 어느 곳을 헤매이고 있을까 (상, 하)

7화. 미워해도 괜찮아. (상, 하)

8화. 꽃이 피면 오세요. (상, 하)

# 에필로그     



지친 일상의 위로가 되어주고. 허기진 삶을 채워주고 싶습니다.
이야기 꾼 서주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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