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역사의 지혜

도서관 지혜학교 역사 강좌를 마치고

by 권영순

7월 28일 목요일. 그렇게 덥기도 어려운 때였다. 과연 내가 12회에 걸친 미션을 무사히 완수할 수 있을까? 비대면이기는 했지만 작년 독일문학 강좌도 아주 좋았으니 의미가 있을 거라 믿고 듣자 싶었다.

10월 13일! 12주 차의 여정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마쳤다. 40대 이상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라 수강생 연령층이 높다. 평일 오전 3시간 수업이라 여유가 있어야 들을 수 있는 강좌이기 때문이다. 교수님이 열강을 하실 때는 중간에 쉬지도 않고 강의를 하신다. 그런데도 수강생들은 허리도 안 아프신지 다들 열심이시다. 본인 선택으로 배우고 싶어 오신 분들이라 진지함도 남달라 보였다.

수료식까지 마치고 돌아오면서 그래도 이 강좌를 중도 포기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나를 칭찬해 주고 싶었다.

이미 60대 중반에 들어서는 내게 이 시간은 나름 나날이 부족해지다 못해 한편으로 퇴색되어가는 각종 기억을 되살리는 기회였다. 문학을 전공하고 학교에서 긴 시간 국어를 가르쳐 온 나로서는 역사를 무관하게 생각할 수 없다. 내게 역사 공부는 이미 수십 년 전 일이다. 이 강좌를 통해 제대로 몰랐던 또는 잘못 알고 있던 걸 고치고 새로 배울 수 있어 충만한 시간이었다.

집 주변 도서관에 배움의 기회가 열려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것도 전문가에게.

방송통신대를 다니는 지인들이 주변에 있다. 졸업하면 다른 과에 다시 편입학해 공부하는 걸 건강이 될 때까지 반복하는 분들의 열정에 대해 나는 늘 감탄해 왔다.

우리 세대에서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으면 배움의 길에도 여가와 열정을 나눠 썼으면 하는 바람을 슬쩍 가져본다.

지혜학교 역사 강의 내용

이번 강좌 내용은 우리 민족이 새롭게 들어온 문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었는가였다. 새로운 종교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 각종 문물들이 받아들여지고 내재화되는 걸 통사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 과정 자체로 내게는 의미 부여가 충분했다. 무엇보다 일본 중국과 지척이나 갈수록 정서적으로 먼 나라가 되어가는 심각한 문제의 원인을 이 시간들을 통해 깨달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중국과 일본 역사 왜곡의 원인이 그들의 그릇된 교육 탓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원인을 알면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남북한도 언어와 역사 학자들의 교류가 정기적으로 있었단다. 그런 걸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왜곡을 바로 잡는 것도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혜학교 공책.jpg 지혜학교에서 제공해 준 공책. 강좌를 들으면서 메모를 이곳에 해 두었다.


마지막 수업에서 ‘우리’의 범주를 누구까지 포함해야 하느냐에 대한 건 나를 포함한 누구에게도 과제구나 싶었다.

지인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강좌에 적극적인 참여를 권하고 싶다.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수료증 1.jpg 도서관 지혜학교 수료증

돌아가신 나의 엄마는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화성에 있는 노인대학을 매주 빠짐없이 다니셨다. 서울대를 나오신 아버지보다 자식들과 대화가 잘 통하시던 엄마의 진취적인 사고방식은 그런 교육에서 많은 영향을 받으신 것 같다고 나는 믿었다.

더 이상 교단에 서서 누군가를 가르치지 않아도 배우는 걸 즐기는 자체를 더 즐겨야겠다.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이런 기회는 생기는 대로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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