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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Feb 15. 2022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

귀인

  

 9년의 육아 끝에 둘째가 어린이 집에 가고 난 후 드디어 자유시간이 생겼다. 경제 활동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건강이었기에 작년 한 해는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만 집중하기로 결심을 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등한시했던 운동. 하지만 2021년엔 달랐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체력과 두통 때문이었다. 뒷산을 넘어가면 호수공원이 있다. 오르막을 처음 올랐던 때를 잊지 못한다. 그 짧은 고개 하나를 쉽게 넘지 못하고 죽을 것처럼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헉헉 댔다. 호수공원을 걸어서  한 번을 다녀오고  감기 몸살이 들었다. 내가 아파서 쉬고 둘째가 아파서 한동안 또 운동을 쉬었다. 다리 근육이 다 빠져서 말랑말랑할 때쯤 더 이상 내 의지에만 맡길 수는 없었다.     

더 이상 힘들지 않은 뒷동산 오르막


 아파트 놀이터에서 알게 된 아이 친구 엄마가 생각이 났다. 나도 드디어 진정한 동네 친구를 발견한 것이었을까. 여전히 소극적인 내가 문제이긴 했어도 우리는 나이도 같았고 아들도 같은 학년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무엇이든 혼자서 하는 것이 더 편했던 나로서는 과감한 결단이었. 이제 겨우 알게 된 사람과 같이 운동이라니. 내향인인 탓에 아이 친구 엄마와는 친구 되기가 힘들었는데 새로운 사람에게 적응하는 스트레스보다 운동 안 해서 힘든 게 더욱 컸기 때문에 용기가 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아이가 학원에 다니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우울했고 최근에 여기저기 아팠다고 했다.  그녀가 이 아이디어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서 기뻤다.

   

추워도 운동 나가면 만날 수 있는 겨울 호수 풍경

 혼자서는 온갖 핑계를 만들어내는 스스로를 이길 수가 없었는데 이제 겨우 알게 된 사람과의 약속은 지켜야만 하는 것이니  이불을 박차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혼자 다닐 때보다 좋은 것은 수다 떠느라 시간이 후딱 가버린다는 점이다.  공감대가 비슷해 금방 서로 이름을 부르는 친구가 되었다. 몇 달이 지나고 더 이상 처음처럼 오르막을 죽을 것처럼 헉헉 대진 않게 되었다. 45분짜리 코스를 다니다 이제는 한 시간 반짜리 호수공원 전체 둘레길을 빠른 걸음으로 같이 걷는다.  이렇게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친구에게 참 감사했다.


호수공원에도 봄이 오고 있다


  다리도 예전보다 좀 단단해질 무렵 뒷산 공터에서 매일매일 체조하는 어머니 연배의 모임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산에 갔을 때도 거기에서 매일 아침 체조를 하고 계셨었는데, 동그랗게 둘러 서서 소리도 지르고 웃기도 하면서 열심히 운동을 하시는 모습을 무심히 지나치곤 했다. 내 코가 석자라 그냥 걷기만 해도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물리치료도 하는데 크게 나아지지 않자 아침 체조 어머니들 얘기를 하며 한번 해보자고 했다.      


아침 산 체조 모임

  한 시간 동안 그 모든 동작들을 구령 붙여가며 하시면서도 힘이 넘치시는 어머니께서 중간에 서서 리드를 하신다. 그 선생님의 기를 받으며 동작 하나하나를 헉헉대며 따라 했던 날.  구석구석 아프고 쑤시던 몸이 다 풀리는 기적을 체험하게 되었다. 목, 어깨가 항상 결리고 쑤셨는데 체조를 하고  상쾌해져서 신기했다. 마치 채식을 시작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효과를 본 것처럼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건 같이 체조했던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물리치료를 꽤 오래 받아도 풀리지 않았던 어깨가 체조를 하고 하루 종일 괜찮았다고 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둘째를 원에 보내고  산에 올라가서  체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은 큰애 방학이라 아이 태권도 가는 시간에 걷기 운동만 하지만 곧 개학하면 다시 체조를 할 작정이다.


  이 모임은 돈을 내고 수강하는 수업이 아니다. 그냥 운동이 좋아서 운동을 하고자 하는 어머니들의 모임이다. 이중 마흔 하나인 내가 새댁이 소리를 듣지만 몸은 가장 좋지 않은 듯하다. 나만 아직도 헉헉 할 때가 있다. 산에서 맑은 공기 마시고, 햇빛 받고, 새소리 들으며 코로나 걱정 없이 무료로 건강해지고 있는 중이라 얼마나 감사한지. 아무리 추워도 비 오는 날 빼고는 언제나 체조를 하고 계시는 나이 많은 언니들과 어머니들을 생각하면 나갈 수 있다.

예전엔 아무리 비싼 수강료를 내고 운동을 해도 석 달을 넘기지 못했다. 그만둘 핑곗거리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고 늘 그렇게 흐지부지 됐다.  습관이 되기까지 운동을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내게 정답은 사람이었다.  귀인이 나타나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말은 들었지만 건강도 사람이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함께 하는 사람 때문에 운동하다가 몸이 반응을 하니 운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선순환이 이루어졌. 운동을 시작한 지 9개월째,  나는 새해에도 계속 건강해지고 있으며 건강을 선물해준 귀인과의 우정도 함께 키워나가고 있다. 몸과 마음이 같이 건강해지는 중이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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